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국가적으로 금융권의 삼성전자에 해당하는 ‘챔피언뱅크’가 필요하고 산은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여전히 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얘기만 나와도 강 회장의 안색이 미련 때문에 붉게 변한다”며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강 회장은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민영화를 해야 하는) 산업은행이 현재 추세대로 지점을 매년 20개씩 늘려 시중은행 수준인 1천개까지 확대하려면 50년이 걸린다”고 언급, 다른 은행에 대한 인수.합병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산은이 우체국의 예금 부문 인수에 나선다는 소문이 줄기차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은 측의 부인에도 강 회장이 우체국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최중경 장관을 만나 인수 문제를 논의했다는 얘기가 금융권에 정설처럼 떠돈다.
그러나 우체국 금융 인수는 금융위원회 소관인 우리금융 인수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로 얽혀있어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또 우리금융의 자산이 300조원을 넘는데 비해 우체국 예금의 자산은 작년 말 기준 50여조원에 불과해 인수에 성공한다고해도 강 회장의 주장하는 ‘챔피언 뱅크’와 는 격이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산은이 우리금융 인수 추진 과정에서 여론의 힘을 실감했다는 점이 인수 추진에 대한 동력을 잃게 한다.
정부가 우리금융 인수전에 산은을 배제한 것은 대통령의 측근인 강 회장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의혹 속에 야당 의원들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반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인수 무산 전까지도 “처음엔 부정적이었던 여론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자신했으나 결국 여론에 무릎을 꿇었다.
기업은행과 농협 등마저 산은의 인수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나 인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산은이 본격적인 인수 행보에 나선다고 가정하면 금융위기 때 다른 은행과 달리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렸던 기업은행의 경우는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농협은 농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산은은 당분간 수신 기반 확충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면서 ‘적당한 때와 매물’을 기다리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몇 차례 고배를 마셨으나 해외은행 인수에도 다시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의 시계는 우리금융 인수 추진 전으로 되돌아갔다고 보면 된다”며 “법으로 정해진 민영화 일정이 있는 만큼 언제라도 괜찮은 매물이 나오면 인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