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2.1 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이 사실상 LG유플러스로 돌아감에 따라 KT와 SK텔레콤은 남은 1.8㎓ 대역과 800메가헤르츠(㎒) 대역을 놓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SK텔레콤은 오는 29일께로 예정된 주파수 경매 공고가 나기 전까지 공개적으로 어떤 주파수를 선호하는지 밝혀선 안된다.
사전 담합행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KT는 2.1㎓ 대역이 SK텔레콤이 아닌 LG유플러스가 가져 간 것에 대해 흐뭇해 하는 분위기다.
자회사인 KT파워텔이 갖고 있던 800㎒ 대역 일부를 떼어내 경매에 내놓은 의도도 SK텔레콤의 2.1㎓ 대역 확보를 차단하기 위한 전술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KT가 이번 주파수 전쟁 1라운드에서 나름대로의 우위를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KT는 겉으로는 아직 두 주파수 대역에 대한 선호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800㎒ 대역 30㎒를 가진 SK텔레콤이 800㎒ 대역을 추가로 확보하면 주파수 사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힘을 모으고 있다.
KT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기존에 보유한 800㎒ 대역에 사용 중인 통신장비를 경매에 나오는 800㎒ 대역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800㎒ 대역을 선택하면 KT는 자연스럽게 1.8㎒ 대역을 차지하겠다는 의도가 바로 읽힌다.
하지만 SK텔레콤이 KT의 의도하는 대로 움직여 주기에는 만무하다.
SK텔레콤은 그동안 3세대(3G)용 2.1㎒ 대역에 대해서만 검토를 했을 뿐 나머지 주파수 대역에 대해서는 고려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이제부터 두 주파수 대역 중에서 어떤 것이 유리한 것인지 따져볼 것이다”며 “기존 800㎒ 대역과 경매에 나오는 800㎒ 대역 간에 사이가 벌어져 있어 기대하는 만큼 효율성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속내가 무엇인지 더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두 주파수 대역에 대한 가격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800㎒ 대역의 최저 경쟁가격은 2610억원, 1.8㎓ 대역은 4455억원으로 갑절가량 차이가 난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경쟁사를 의식한 나머지 “일단 주파수를 많이 확보해놓고 보자”는 식으로 달려들었다가는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 인수전에 종종 오르내리던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