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급을 보증한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채권을 발행,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저축은행의 PF 부실채권(대출)을 잠시 맡아두는 것이다.
정부 당국은 이번에 저축은행의 PF 부실을 상당부분 덜어냄으로써 하반기 구조조정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연착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캠코에 넘기는 부실채권을 정산하는 기간이 2년 늘어나고,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저축은행의 경영정상화 목표 달성에 속도를 조절해 업계 부담도 줄어들 예정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아 공적자금 투입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저축은행 PF 채권 절반이 ’부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89개 저축은행의 468개 PF 사업장(대출금액 7조300억원)을 전수조사해 4단계로 분류했다.
사업 진행에 큰 문제가 없는 ’정상‘과 ’보통‘ 사업장 대출은 3조6700억원(52.2%)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나머지 3조3600억원(47.8%)은 사업 진행이 지연되거나 사업성이 부족한 ’부실우려‘ 또는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운 ’부실‘ 채권이였다.
전체 PF 사업의 절반이 이미 부실해졌거나 부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위기 이후 3차례에 걸쳐 저축은행의 부실 PF 채권을 정리했지만, 이후로도 부실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전체 PF 채권에서 부실(우려)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첫 전수조사가 이뤄진 2008년 6월말 12.4%에서 2009년말 31.3%, 지난 3월말 47.8%까지 증가했다.
금융위 배준수 중소금융과장은 “부동산 경기회복이 지연돼 정상·보통 사업장이 보통·부실우려 이하로 떨어지는 등 사업성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위는 24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3조3600억원의 PF 부실채권 가운데 45개 저축은행이 보유한 약 1조9000억원의 채권을 캠코에 넘기기로 했다.
나머지 1조5000억원은 소송 등 권리관계가 복잡해 매각이 곤란하거나 해당 저축은행이 자체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매각이 성사되지 못했다.
◆저축銀 PF 부실에 공적자금 4조원 투입
캠코는 저축은행 부실채권을 할인 매입하는 대신 3조5000천억원까지 조성할 수 있는 구조조정기금을 활용, 정부보증채권을 발행해 저축은행에 넘긴다.
1년 만에 저축은행 PF 부실을 처리하는 데 정부보증채, 즉 공적자금이 쓰이게 된 것.
캠코는 약 26%의 할인율을 적용해 1조4000억원의 정부보증채로 저축은행의 PF 부실채권 1조9000억원을 매입한다.
캠코는 지난해에도 2조5000억원의 정부보증채로 3조7000억원어치 부실채권을 매입한 바 있다.
앞서 2008년 12월(3000억원)과 2009년 3월(1조2000억원)에는 캠코의 고유계정으로 매입한 만큼 4차례 매각 가운데 2차례 매각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3조9000억원이 됐다.
정부와 캠코는 이번에 투입된 공적자금에 손실이 발생해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사후정산 방식으로 채권을 매각하는 만큼 나중에 해당 채권에서 손실 또는 이익이 발생해도 모두 저축은행이 떠맡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PF 부실채권을 매입하면서 저축은행에 넘기는 캠코의 정부보증채권에는 질권을 설정, 만에 하나 저축은행이 파산해도 채권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채권 상환기간 연장..저축은행 경영부담 완화
공자위는 이날 45개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을 결정하면서 캠코의 채권 정산기간을 기존의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이는 캠코에 부실채권을 할인 매각하면서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각가격과 담보가격의 차액이 저축은행의 손실로 추정되는데, 3년간 11차례에 걸쳐 충당금을 쌓던 것을 5년간 19차례에 걸쳐 쌓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분기별 충당금 적립 부담이 11분의 1에서 19분의 1로 약 42% 줄어든다는 게 금융위의 계산이다.
금융위는 당장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맞추는 게 아니라 내년 6월까지 6%, 2013년 6월까지 7%, 2014년 6월까지 8% 이상으로 점차 높이도록 해 오는 8월 45개 저축은행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협약(MOU)을 맺으면서 경영 정상화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여유를 가졌다.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떼어낸 데 이어 충당금 적립 부담을 낮추고 MOU에 따른 경영 정상화 목표 달성 요건을 완화한 것은 하반기 구조조정에 대한 안전장치 차원에서 마련됐다.
잇따른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허약해진 저축은행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혼란은 피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PF 사업장을 분류하고 매각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도 있었지만 구조조정의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