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공직사회의‘비위’자화상
②마비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③‘감시탑’감사원의 운명
④존폐 기로 선‘정치검찰’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국가 최고 감찰기구인 감사원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연루돼 구속됐고, 감사원장 직무대행을 지낸 하복동 위원도 저축은행 브로커에게 감사 청탁을 받았다. 배국환 위원도 비위업체와 접촉하는 등 6명의 감사위원 중 절반이 피감기관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것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의 도덕성이 뿌리 채 흔들리면서 외부로부터의 유혹이나 간섭 등을 배제할 수 있는 독립성 확보 여부가 감사원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22일 감사원 감사운영개선대책 태스크포스(TF)는 국회의 저축은행 국정조사(국조)가 마무리되는 대로 ‘비리 재발 방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국조는 적어도 2∼3달 가량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방지책에는 실제 회계검사·직무감찰을 수행하는 사무처와 사무처가 제출한 감사 결과를 심의·의결하는 감사위원회의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하는 방안이 핵심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사 처리 기간 단축과 ‘정치인’ 출신 감사위원 임명 제한 등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감사원이 실재적으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감사원은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감사를 통해 저축은행 부실 대출규모가 3조8000억원으로 파악됐고, 당시 김황식 감사원장(현 총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중간 보고를 했다. 그러나 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금융당국은 감사결과 공개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이어서 감사 결과의 공개 등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독립기구와 국회 산하로 감사원 이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단점이 많다”며 “대통령 소속으로 감사원을 두되,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실재적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근의 감사위원 임명 배제나 감사원장 임기 연장 등으로 정권의 외압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20년여 감사원에서 공직생활을 한 박종구 전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임기를 미국처럼 15년 정도로 연장해 정권교체 등에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아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감사원장의 감사위원 임명권도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직원의 처우 개선 문제도 주요 화두다. 감사원 인력은 800여명이다. 그러나 살펴봐야 할 감사대상기관은 6만6000여개다. 직무감찰 대상은 124만명에 이르고 살펴볼 예산도 880조원에 이른다. 효율적인 감사가 불가능하다는 게 감사원 내부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박 전 위원은 “국가정보원처럼 감사원에도 ‘직원법’을 제정해 확실한 신분보장과 처우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며 “철저하게 신분을 보장해주되, 비리가 연루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