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대량 예금인출(뱅크런) 조짐이 곳곳에서 보임에 따라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결과를 기다리다가 그 이전에 문을 닫아야 할 판국이란 얘기도 들린다.
◇예대금리 차이↑ 수신규모↓…경영여건 갈수록 악화
올해 들어 8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 저축은행의 경영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반영하는 예대금리 차이부터 심상치 않다. 올해 3월 현재 저축은행의 예대금리 차이는 10.25%포인트로 지난해 1월 7.28%포인트에서 대폭 확대됐다.
저축은행의 예대금리 차이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은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올 들어 처음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이는 저축은행의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의 예대마진은 경쟁력이 높을 때 축소되고, 낮을 때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의 수신규모가 계속 줄어드는 것도 경영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업계 전반의 신뢰가 하락한 상태에서 예금자들은 조그만 악재에도 뱅크런 조짐을 보인다.
실제로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96개 저축은행 총 수신은 64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이들 저축은행의 총 수신이 66조3000억원임을 감안하면 불과 4개월 동안 전체 예금의 2.2%에 해당하는 1조5000억원이 인출됐다.
이밖에 저축은행의 영업기반이 약해진 사이 은행권이 특판과 우대금리 공세에 나서면서 금리차가 좁혀졌고, 이는 곧 저축은행의 수신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서민대출 축소…고유 영역마저 사라질 위기
수신 규모가 줄어들자 저축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덩달아 감소하는 것이 더 문제다. 특히 2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당장의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진 저축은행들은 스스로 대출을 줄여 경영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예금기관에서 대출은 수익이나 성장성과 직결되는 지표여서 향후 수익 구조 악화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저축은행 업계의 대출잔액은 62조 8090억원으로 지난해 11월 말(64조7526억원) 최고치를 기록한 후 넉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신이 줄어든 상황에서 여신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경기 침체 속 여신 운용처도 마땅치 않아 저축은행이 앞으로 먹고 살거리에 대한 대책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대부업체들이 최근 영업력을 급속히 확대한 결과 저축은행의 대출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지점 설치 등 영업구역과 관련해 저축은행들이 강력한 규제를 적용받는 것과 달리 대부업체들은 규제가 거의 없어 전국 단위로 영업력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시장을 치고 들어옴에 따라 저축은행은 설 자리가 없다"며 "서민금융지원이란 관점에서 봤을 때 저축은행의 고유영역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