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천 칼럼>회장님..."똑바로 합시다∼"

2011-06-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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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매일 터져 나오는 '불법대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씁쓸한 미소를 감출 수 없다.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금액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저축은행 사태는 지극히 단순한 형태의 비리다.

돈을 가진 은행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불법 대출, 음지에 있던 사채가 양지로 나오려다가 발목 잡힌 상태 정도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극히 재밌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저축은행 오너와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 오너들이 서로 친인척이라는 점이다.

실제 보해저축은행 뒤에는 보해양조라는 건실한 모기업이 있고, 부산저축은행 옆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있다.

구속된 보해저축은행 오문철 전 행장은 임건우 보해양조 회장의 친척 동생이고,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조카다.

임건우 보해양조 회장은 정재계에서도 인정하는 마당발이다.

보해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을 때는 모회사와 계열사라며 선을 그었지만 막상 사태가 커지자 '조기 수습'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하지만 지금은 임건우 회장도 두 손 두 발 다 든 것으로 보인다.

오죽했으면 사재를 털어서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겠다고 할 정도일까?

문제는 술 팔아 번 돈을 저축은행 회생에 투입한 보해양조까지 만신창이가 됐다는 것이다.

오너 간의 이해관계로 우량 기업이었던 보해양조는 지난해 적자 기업으로 돌아섰다.

보해양조 임직원들은 불만이 가득하지만 오너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이라 뭐라 말할 처지도 못된다.

부산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은 삼촌과 조카뻘이다.

박연호 회장의 부친 박상구 부산저축은행 창업주는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큰 조카다.

최근 재계에서 2009년에 발생한 금호아시아나그룹 형제의 난에 부산저축은행이 개입했다는 설(設)이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 측이 동생 박찬구 회장 측과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이기 위해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급전'을 지원받았다는 게 골자다.

검찰이 최근 박찬구 회장을 비자금 사건으로 남부지검으로 소환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야 어찌됐든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일가는 경영권을 위해 서민금융 기관을 이용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역시 오너 간의 '관계'에 의한 것이다.

투명한 기업,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대기업 오너 경영자들은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바로 옆에 서있다.

그런 후에 두손을 가로 저으면서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기업을 투명하게 만들자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주인들부터 먼저 깨끗해지라고 감히 건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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