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고엽제 매립 의혹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이번 조사에 있어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정부는 고엽제 매립 의혹 조사 비용을 기지 내 조사는 미국이, 기지 외 조사는 한국이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기지 내 조사 비용의 일부도 우리 정부가 부담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
이번 고엽제 매립 의혹은 우리 정부·국민·환경단체에서 제기한 것이 아니다. 바로 전역한 주한미군의 구체적인 증언으로 제기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의혹은 상당한 신빙성을 갖는다.
이런 이유로 고엽제 매립 의혹 조사 비용은 미국이 전액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는 의혹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부터 이런 당연한 것을 미국에 당당히 요구하기는 커녕 스스로 원칙까지 훼손하며 기지 내 조사 비용까지 부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만약 조사 결과 관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엄청난 환경오염 치유 비용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의 정부 자세를 보면 미국에 책임을 물기는 커녕 환경 오염 치유 비용도 모두 부담하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고엽제 매립 의혹이 전역한 주한 미군의 증언으로 제기됐다는 점 △증언 내용이 구체적이고, 상당한 신빙성을 가졌다는 점 등을 들어 조사 비용을 미국이 전액 부담하거나 상당 부분 부담해야 한다고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또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에 대한 치유 비용은 물론 합당한 책임을 미국에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