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내주식이 해외주식보다 수익률이 높고, 안전성이 뛰어나 정부의 이번 결정이 부적절했다는 반대여론이 거세다.
또 정책결정 과정서 정부가 억지로 과반 표결을 만들어내는 등 강행처리 한 것을 두고 정부의 진의가 무엇이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 기금을 위험자산에? “반대, 반대, 반대”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국민자금의 최후 보루인 만큼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당분간 연기금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낮춰도 투자 총액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연금 문제는 정말 소중하다. 수익률을 목적으로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늘린다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도 여야를 떠나 정부의 결정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은 “연기금은 일반인들의 주식투자와는 달라 수익성보단 안전성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이 맞다”며 “연기금 운용은 단순히 투표로 결정할 사항은 아니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또 “필요하면 상임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이 또 다시 논의해 변경할 수도 있는 문제”라며 개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도 “국내주식 투자의 경우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론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세계경제의 흐름과 양상을 다각도로 봐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
◆ 연기금 ‘적절한’ 운용 방안은
전문가들은 연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해외주식 투자가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신흥시장국 채권이나 우량기업채 등도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으며, 해외의 수익형 부동산도 캐시플로우(현금흐름)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한 투자처로 조언한다.
이한득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연기금이 수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방법”이라며 “해외주식의 경우 관련된 전문 투자 인력이 부족하고, 환율 변동성에 따른 헷지비용, 외국계 증권사의 높은 수수료 등으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장기 운용과 지속적인 연금 지급을 위한 캐시플로우가 확보되는 투자처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 국고채와 해외부동산 등 안전성이 높으며 정기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투자처가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15표 중 7표가 과반?” 정부 성급한 판단 왜
기금운영위원회에서 ‘20%’안을 고집하며 강행한 정부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3일 기금운용위원회에는 20명의 위원 중 15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는 범정부 관계자 7명과 민간 위촉위원 8명.
그런데 이날 회의의 주요 안건이었던 20% 안을 두고 펼쳐진 최종 표결 결과를 두고 실랑이가 오갔다.
표결 결과 찬성 7표, 반대 5표, 기권 2표(총 14표)로 과반이 되지 않아 정부의 20%안이 부결됐으나,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종룡 차관이 표결 전에 찬성에 표를 주고 가셨다”며 찬성표를 하나 더 제출, 찬성 8표를 만들어 처리했기 때문이다.
임 차관은 스케줄 문제로 이날 회의에서 모두발언 직후 회의장을 떠났으며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임 차관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그날 표결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며 표결 사실을 부인했다. 결국 정책 강행 처리를 위해 진 장관이 거짓말을 한 셈이다.
또 이번 안건이 오는 2016년까지만 처리해도 되는 문제라, 정부가 서둘러 처리한 데 대해서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한 민간 위촉위원은 “2016년까지만 결정해도 되는 사안인데, 정부가 왜 상당히 서두르는 모습이었다”며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처리되기 전에 정부 입맛대로 연기금 운용방침을 정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연기금 운용에 있어 국민연금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와 함께 민간 위촉위원들의 “해외주식 대신 해외채권이나 우량 기업채에 투자해도 상관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묵살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