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이야기 14-9> 우리는 누가 뭐래도 ‘마이웨이~’

2011-06-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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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중국사회의 신성장 동력, 바링허우(80後 1980년이후 출생자)

“졸업은 곧 실업입니다.” 베이징에서 만난 85년생 바링허우 청년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지금껏 직장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국가가 직장을 나눠줬다는데 정말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어요.”

“중국 공산당 정부가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것은 큰 업적이 아닌가요?”

“그건 그렇죠. 하지만 형편이 나아질수록 자꾸 이웃과 비교하게 되고,그러다 보면 불만족이 생기지요.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이랄까, 절대 빈곤과 비교하기 어려운 또다른 형태의 불행입니다. 사람들중에 누가 그런 불행을 달가워 하겠어요.”

바링허우들은 직장에 대한 로열티가 어느 세대보다 낮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말 ’탸오차오(跳槽)’는 처우가 좀더 나은 곳으로 직장을 옮겨가는 것을 뜻한다. 눈꼽 만큼이라도 더좋은 처우를 제시하면 다음날로 자리를 옮기는 탸오차오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탸오차오는 중국 산업현장에서 인건비가 오르는데도 단단히 한몫했다.

“채용이나 구직이나 모두 경쟁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는 것 아닌가요. 몸값을 더 쳐주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이라고 봐요 ”

기업 인사부서 관계자들은 높은 이직률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탸오차오족의 대표적인 부류인 바링허우들은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기업들이 바링허우 직원들에 대해 소속감과 애사심을 불어넣으려고 백방으로 애를 쓰지만 상황은 쉽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상하이 광동성 등 연해 지역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높은 이직률 때문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훗날 상황이 좋아지면 충분히 보상하겠으니 지금 처우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조금만 참고 열심히 해봅시다.”

만일 어떤 경영자가 바링허우 세대의 직원들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가는 대번에 “웃기는 소리하지 말라”는 핀잔을 들을 수 있다.

“그런 말은 당신 가족한테나 해보세요. 우린 이곳에 봉사활동을 하러 온게 아닙니다.”

바링허우들의 직장관은 매우 현실적이고 사무적이며 지극히 냉정하다.

하지만 바링허우들은 회사(자본)가 더 비정한데 왜 우리 더러 이기적이니, 애사심이 없느니하고 탓하냐고 반박한다.

그들은 회사 일때문에 법정 휴가를 반납한다든가 개인 사생활에 지장을 받는 일을 띠끌 만큼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볼때 중국의 바링허우들은 동양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젊은이들을 더 닮았다.

직장일에 있어 되도록이면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인센티브가 주어져도 마찬가지다.
“별탈없이 안정되게 직장을 다니는 것이 최선이다. 굳이 욕심을 부리거나 모험을 감수할 할 이유가 없다. 월급 받는 것 만큼 일하면 되는 것 아닌가”

중국의 4대 국유 상업은행인 중국공상은행 초급 간부인 중국 친구가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이다.

이 중국친구는 중국공상은행의 자금파트에서 파생상품관련 업무를 맡하 하는데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는 상품이다 싶으면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 이런 보수적 업무 태도 덕분에 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금융위기때도 자신의 업무에서 거의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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