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대(對) EU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은 선박 및 부품(31.78%)이다. 자동차 및 부품(13.03%), 전자제품(12.01%), 기계(8.14%)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에 비해 가장 큰 수혜 업종은 선박보단 자동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박, 해양플랜트, 굴삭기 등은 이미 FTA 발효 이전부터 무관세 적용을 받고 있어 큰 영향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럽연합(EU)에 2개의 공장을 보유한 현대모비스가 부각될 전망이다.
이밖에 평화정공, 만도, 성우하이텍, 한일이화, 세종공업 등 부품업체도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는 유럽 경쟁사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FTA는 자동차 부품주에 지속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에 적용하던 8%에 달하던 관세가 3~5년간 단계적으로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EU 수출 비중은 매출액 기준 18.5%, 판매대수 기준 15% 안팎에 이른다.
박상원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철폐로 유럽사업의 이윤이 개선되고 EU 지역 완성차업체들에서 수주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보전자(IT) 업종, 특히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관련 기업들에게도 호재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은 FTA 발효로 까다로운 중복검사 철폐로 영업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2차 전지는 관세 철폐 때 생산기지 건설을 위한 중복투자를 줄일 수 있다. 또 각종 규제 완화로 원가절감이 가능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덕분에 삼성SDI 등이 수혜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정유, 석유, 반도체 등은 관세 철폐로 긍정적 영향이 기대되지만 유럽 수출 비중은 크지 않다.
교역량 증가에 따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운송업체도 수혜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반면 의류 및 패션업체는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외 중저가 브랜드가 도입되면서 의류ㆍ패션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료업체도 마찬가지다. 유럽산 와인은 FTA 발효와 함께 관세가 철폐되고 위스키는 3년, 보드카 등은 5년, 맥주는 7년 이내에 관세가 없어지게 된다.
EU는 지난해 말 국내 전체 수출에서 11.47%의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25.05%)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 지역으로 EU에게 한국은 중국과 일본, 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수입 대상국이다.
지난해 말 한국과 EU의 교역 비중은 10.3%를 차지했다. 2000년 이후 평균치인 12.2%를 밑돌고 있지만 FTA의 발효로 양측간 교역량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04년 한-칠레 FTA 발효 이후 양국간 연간 교역량은 175%(작년 말 기준) 급증했다. 교역비중도 평균 2.8%(발효전)에서 5%(발효 이후)로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