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지주가 무리하게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추진하다 역풍을 맞은 것이다.
아주경제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2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7명이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은 특히 산업은행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 현 정권의 민영화 방안이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추진이라는 과욕을 불렀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무위 한나라당 측 간사인 이성헌 의원은 “산은지주가 자기 역할도 제대로 못하면서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현 정권이 산업은행을 금융지주회사로 바꾼 것이 패착”이라며 “자생력을 갖추기 어려운 산은지주가 무리하게 우리금융 인수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008년 6월 산업은행 민영화 일정을 발표하면서 산업은행을 정책금융공사와 분리해 산은지주를 설립한 뒤 대통령 임기 말인 2012년 말까지 정부 지분을 전량 매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책금융공사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다른 정책금융기관과 업무 중복으로 역할 정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산은지주도 수신기반이 약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결합된 종합금융그룹(CIB)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은 “산업지주 민영화의 경우 다양한 방식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처음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할 때는 세계적인 투자은행(IB)를 지향하다가 금융위기 이후 CIB 얘기가 나온 것”이라며 “정부가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철학과 비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민영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의 신건 의원은 “산은지주 자회사를 합리적으로 매각하고 수은과 정책금융공사 등을 통합하는 방식의 정책금융 재편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금융당국 수장도 산업은행 민영화 방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동걸 한림대 교수는 “금융지주회사 설립 및 발전은 민간의 몫”이라며 “정부는 필요한 정책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매각하는 방식으로 산업은행을 축소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03~2004년 금융위원회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09년까지 금융연구원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그는 “정부가 공언했던대로 산은지주를 경쟁력 있는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울 자신이 있었다면 왜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하겠느냐”며 “정부가 금융시장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