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에 이어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가 후보 접수 마감일인 지난 10일 출사표를 던졌지만, 라가르드가 여전히 지지세를 늘리며 앞서 가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라가르드는 피셔의 후보 등록 사실이 알려진 지 불과 몇 시간 만인 전날 바레인과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지지를 확보했고, 인도네시아도 라가르드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는 IMF 총재를 유럽인이 독식해온 데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신흥국 진영에서 주요국 가운데는 인도네시아가 처음으로 라가르드에게 지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IMF 관리를 지낸 에스와 프라사드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블룸버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피셔의 등장은 IMF 총재 선거전의 열기를 자극하고 예측 불가능성을 확대했지만, 승리를 향한 라가르드의 독주를 막지는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진영에서는 피셔를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후보라기보다는 미국인 후보로 여기고 있다"며 "이 때문에 피셔는 신흥국과 유럽 어느 쪽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IMF 부총재를 지냈던 2000년 총재직에 도전했던 피셔는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이스라엘 경제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고령인 나이와 이중국적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그는 올해 67살로 총재 취임 연령을 65세, 재직 연령을 70세 미만으로 각각 제한하고 있는 IMF 규정에 어긋난다. 피셔는 미국과 이스라엘 국적을 함께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피셔가 자신이 IMF 부총재를 지내고 금융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등 경험이 풍부하고, 총재 후보가 3명밖에 안 되는 만큼 IMF 이사회가 자신의 나이를 문제삼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르스텐스 총재도 아직 라가르드의 독주를 막을 형편이 안 된다. 그는 남미 지역 12개국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이 지역 최대 경제대국인 브라질의 지지는 아직 얻지 못했다. 브라질은 물론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신흥국은 유럽인이 IMF를 주도해온 데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아직 카르스텐스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사장은 로이터에 "신흥국 진영은 누가 됐든 단일 후보 지지를 위한 합의에 이를 여지가 없다"며 "라가르드를 현재의 우세한 위치에서 떨어뜨리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