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개정안 정기국회 제출…15일 중앙약심 회의 주목
(아주경제 이규복 조현미 기자)감기약을 비롯한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에 대해 사실상 반대해왔던 보건복지부가 1주일 만에 태도를 바꿔 제도 추진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5년 이상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결론내지 못하고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 마디로 지난해부터 다시 시작된 일명 ‘감기약 슈퍼판매’ 논쟁은 주무부처인 진수희 복지부 장관의 반대로 무산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주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의중을 재확인해 줌에 따라 추진하는 방향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복지부는 일반약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내에 슈퍼 등에서 감기약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소신 접은 진수희 “추진쪽으로”
진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약사법 개정 전이라도 현행 분류의 틀 내에서 국민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10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올 정기국회에 약사법 개정안을 상정하는 것을 목표로 신속하게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진 장관의 입장 변화는 청와대의 지적 때문이다. 지난 주 이 대통령은 일반약 약국 외 판매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해 “일하는 모습들이 답답하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진 장관은 10일 발언에서 청와대로부터 약사법 개정 추진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약사법에 근거할 때 일반약을 슈퍼마켓에서 판매가 가능한 의약외품으로 분류하더라도 실제 전환이 가능한 일반약은 소화제, 파스 등 20여개 제품에 불과하다.
하지만 약사법을 개정할 경우 슈퍼판매가 가능한 의약품이 분류가 새로 만들어질 수 있어 보다 많은 약의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해진다.
◆ 약사회 “자존심에 상처 입혔다”
약사회는 복지부의 태도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복지부가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했지만 실제 시행이 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제도가 추진되든 안되든 사실 약사들에게 큰 경제적 손실이나 이득은 없다”며 “다만 약사라는 전문가의 자존심이 타격을 입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이번 결정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의미 심장한 발언을 던졌다.
약사회는 그동안 약국 외 판매에 대해 “의약품에 대한 관리를 포기하고 국민 건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처럼 표면상으로는 국민 건강이 반대 이유지만 실제로 경제적 타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인춘 약사회 부회장은 11일 KBS 심야토론에서 “동네약국에서 가정상비약(일반약)은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라고 말한 바 있다.
◆ 15일 중앙약심 회의에 ‘관심’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여부는 중앙약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오는 15일 복지부에서 열리는 중앙약심 첫 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약심은 약국 외 판매의 도입 가능성과 필요성, 대상 의약품 품목과 판매장소 및 방법 등에 대한 논의 등을 진행한다.
하지만 중앙약심이 정부의 의지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중앙약심 위원은 의료계, 약계, 공익대표 각 4명,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반대하는 약계 위원과 찬성하는 의료계 위원들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나머지 4명의 위원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말 많고 탈 많은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