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의원 5명과 함께 이라크를 방문한 다나 로라베이커(공화·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11일(현지시간)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군이 8년 동안 이라크에 쏟아부은 전비(戰費)를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라크 정부 대변인 알리 알 다바그가 밝혔다.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로라베이커 의원은 이어 바그다그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라크가 언젠가 부유해지고 번영하면 미국이 이라크에 쓴 어마어마한 돈을 되돌려주기를 바란다"고 다시 한번 말했다.
로라베이커 의원은 또 미국은 경제 위기 탓에 더 이상 이라크에 군대를 주둔시킬 여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로라베이커 의원은 그러나 이라크가 상환할 돈이 얼마인지, 또 언제 갚아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언급은 않았다.
이라크 정부 대변인 알 다바그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미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이들 의원이 이라크를 떠나도록 촉구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에 미 대사관 대변인은 "특정 의원의 의견일 뿐 정부 정책이나 미국 하원 전체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라크인들은 미국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해준 것은 고맙지만 심각한 종파 갈등과 혼란을 불러왔다고 여기고 있다.
미국은 4만7000명에 이르는 이라크 주둔군을 올해 말까지 모두 철수하겠다고 못박았다가, 최근 이라크 정부와 철군 시한 연장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