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를 꺾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제시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의 인수합병(M&A)을 통한 ‘메가뱅크’ 설립을 추진하는 등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12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권의 대출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과 농협 등 6개 은행의 임원을 소집해 외형확대를 위한 대출 늘리기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은행들은 하반기 영업점 경영성과평가(KPI) 항목 가운데 대출과 카드 등의 비중을 줄이겠다며 즉각 화답했다.
또 카드업계에 대해서는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자산 비중) 규제 도입을 통해 무분별한 대출 확대를 막겠다고 발표했다.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하나SK카드와 현대카드 등은 현재 자산 규모를 줄이거나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자산 확대 추이가 카드발급 건수 동향도 일주일 단위로 점검하고 목표치를 초과하면 최고경영자(CEO) 문책 등의 제재를 하기로 했다.
보험사의 경우 지급여력비율(보험금 지급을 위한 적립금 비율)을 수시로 파악해 금감원의 권고 기준(150%) 이하로 하락할 경우 경영개선계획을 수립토록 지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영 건전성이 아직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경기회복 지연, 유럽 재정위기 등 시장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외형확대를 최대한 자제토록 할 게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이달 중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가계부채 관련 수치와 건전성을 통제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가 800조원이 넘어서는 등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일정 수준의 관리는 필요하다는 데도 동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 논리와 외부 입김이 작용한 ‘메가뱅크’ 방안을 강행하는 등 금융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신뢰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융권의 자산 확대에는 과민 반응을 보이면서 덩치 키우기의 전형인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여·수신과 카드, 방카슈랑스 등 영업 전반에 걸쳐 금융당국의 간섭으로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당국의 개입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몇천억원 늘렸다고 호통을 치면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수백조원짜리 M&A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