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지금까지가 BMW의 압승이었다면, 하반기에는 메르세데스-벤츠를 위시한 경쟁업체들의 반격이 본격화하는 움직임이다.
특히 올해 수입차 시장규모가 사상 첫 1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되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다가오면서 유럽차 메이커들의 주도권 잡기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 BMW ‘나홀로’ 성장=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은 사실상 BMW의 독무대였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BMW는 올해 1∼5월 1만53대를 팔아 작년 동기(5천378대) 대비 86.9% 성장했다.
2위 벤츠(7천479대)와는 2천574대 차이. 작년 근소한 차로 1, 2위를 다투던 때와는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월간으로는 1월에만 벤츠에 1위를 내줬을뿐 2월부터 4개월 연속 정상을 지켰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BMW의 누적 점유율은 23.5%로 작년 같은 기간(15.8%)보다
7.7%포인트나 높아졌다. 신규 등록된 수입차 4대중 1대는 BMW였던 셈이다.
BMW가 1년간 질주하는 사이 경쟁업체들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벤츠는 시장점유율이 작년 17.2%에서 올해 17.5%로, 폴크스바겐는 12.0%에서 12.5%로 소폭 상승했고, 아우디는 9.6%에서 9.4%로 0.2%포인트 떨어졌다.
일본과 미국 업체들의 점유율도 일제히 하락했다.
도요타는 작년 8.4%에서 올해 4.9%로, 혼다는 6.7%에서 3.5%로, 닛산은 4.5%에서 1.9%로 모두 반토막이 됐고, 렉서스(4.1→3.8%), 인피니티(2.8→2.5%)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포드(5.0→3.8%), 크라이슬러(3.0→2.99%), 캐딜락(0.9→0.8%)도 마찬가지다.
◇ 벤츠 C클래스로 반격=BMW와 격차가 벌어진 벤츠는 절치부심 끝에 ‘뉴 C클래스’ 4종을 내놓고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2009년 하반기 뉴 E클래스 7개 모델을 대거 출시하며 단번에 수입차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이번엔 C클래스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번엔 타깃층을 그간 벤츠가 무관심했던 20∼30대에 정조준했다는게 눈에 띈다.
성능과 연비가 개선된 뉴 C클래스는 디자인이 기존의 보수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역동성과 스포티함이 크게 강조됐다.
한·EU FTA 체결을 앞두고 관세 인하분만큼 가격도 미리 낮췄다.
9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었던 론칭 행사는 구매력 있는 젊은층을 대거 초청하고 클럽스타일의 화려한 무대로 ‘젊어진 벤츠’를 과시했다.
박주혜 벤츠코리아 상무는 “주력 모델은 여전히 E클래스인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내심 C클래스로 경쟁차인 BMW 3시리즈와 아우디 A4를 누르고 기세를 몰아 수입차 1위를 탈환하겠다는 기대감이 엿보인다.
벤츠로선 5월 E300이 BMW 528을 제치고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것도 대반격의 신호탄으로 여길만 하다.
폴크스바겐의 상승세도 무섭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5월 한 달간 1천331대를 팔아 2005년 1월 국내 진출 이후 사상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2위 벤츠와는 불과 118대 차이. 신형 제타는 출시하자마자 한 달만에 504대가 팔려 수입차 3위로 직행했다.
여세를 몰아 수입차 시장에서 ‘만년 3위’를 벗어나겠다는 욕심도 가질만 하다.
벤츠, BMW와 함께 ‘프리미엄 트로이카’를 구축하고 있는 아우디는 플래그십 세단 뉴 A8이 인기를 끌면서 대형차 시장에서 BMW 7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에 앞서고 있는데 크게 고무돼 있다.
아우디 측은 “A8로 고급차 이미지를 강화하면 그 효과는 전체로 파급될 것”이라며, “하반기 쿠페인 A7 스포츠백과 뉴 A6 출시로 시장 분위기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