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불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8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대지진, 국제유가 급등,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는 잊으라"며 "세계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는 급증하고 있는 부채로 인한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재정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 경우, 세계 경제에 거시적인 충격을 몰고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라드는 특히 디폴트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미 정치권의 행태는 위험천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채상한 인상을 두고 백악관과 다투고 있는 공화당 의원 가운데 일부는 미 정부를 압박해 재정감축 규모를 늘릴 수만 있다면 일시적인 디폴트 사태는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불라드는 "공공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 기일을 며칠 넘기는 기술적인 디폴트는 해외 금융시장의 우려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시장에 국한된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해외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반기를 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3년간 미 정부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돈을 썼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도 엄청난 규모의 빚을 지고 있다"며 "다음에 또다시 위기가 발생하면 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부채 규모를 네 배로 늘릴 수도 없고, 더 많은 돈을 찍어낼 수도 없기 때문에 다음 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저스는 미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 인상에 합의하지 않더라도 미 정부가 시한으로 정한 오는 8월 문을 닫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강도 높은 세금 및 정부지출의 삭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로저스는 특히 국방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전 세계 150개국에 군대를 파견하고 있다"며 "이들은 미국에 이익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을 만들며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로저스는 투자와 관련해서 미국에 대해서는 롱(매수) 포지션을 취할 생각이 없다며, 특히 미국의 기술주는 팔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신 그는 중국 주식과 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은과 금값이 떨어진 만큼 매입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저스는 자신이 미국에 대해 투자하지 않는 것은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파운드화는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잃었을 때 가치가 90% 하락했는데 달러화도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는 "미국은 사상 최대 채무국으로 공공부채 규모가 지붕을 뚫을 기세"라며 "돈을 써대기만 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