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차별에 멍드는 협력업체

2011-06-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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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자동차 내장부품을 제조하는 중견 부품업체 A사는 최근 일본이 독점해온 핵심부품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 기업의 특허기술을 피해 국산화에 성공한 A사는 원가절감 등을 통해 기존 부품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현대자동차에 납품 품위를 제출했다.

현대차 역시 부품 가격을 절반 이상 감축할 수 있기에 양사 모두 발전할 수 있는 기회. 하지만 현대차는 자사 이외에는 납품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용해 '가격 후려치기'에 나섰다. 결국 A사는 제안 가격의 5분의 1 수준에 이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기술개발 비용 및 제조라인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헐값에라도 이 부품을 공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가 아닌 협력업체에 대해 과도한 납품가격 인하정책을 지속하면서 중소기업들이 발전동력을 잃고 있다. 반면 계열사 부품에 대해 제값을 치러 계열사와 비계열 협력업체 사이의 간격이 크게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리가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현대차 계열사 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은 10%에 육박했다. 반면 비계열사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 선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1년 현대차 계열 부품사와 비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10%, 6%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이들 기업의 격차가 더욱 커진 것이다.

매출 증가율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계열 부품사는 2009년 13%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비계열 부품업체의 매출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두 기업집단 간 격차는 현대차의 수직계열화 및 납품가격 인하 요구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현대차가 독과점 체제를 활용해 조달부품 가격 결정을 주도하면서 차별대우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시장에 공급과잉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대차도 원가절감에 나섰다. 목표원가, 정기적 단가인하 등 일본의 하도급 관리기법을 적용해 부품산업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과거 계열사·관계사 위주의 부품조달방식이 외환위기 이후 계열사 체제로 개편됐고 이들을 중심으로 모듈화가 추진됐다. 이는 과거 1차 부품업체가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계열 모듈기업의 외주를 받는 2차 이하의 부품업체로 재편되는 부품공급구조의 '중충화' 현상을 가져왔다.

현대차는 이 과정에서 부품의 수요독점자로 올라서면서 납품가격 결정에 있어 압도적 우위의 지위를 얻게 됐다.

특히 현대차 부품 계열사의 영업이익 중 80% 정도가 현대모비스의 몫이다. 현대모비스는 모듈사업과 A/S 부품사업을 영위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이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원가계산서 등록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제도는 원청사가 하청업체에게 요구하는 표준 원가계산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해 원가의 적정성 여부와 이행실적에 대해 점검하게 하는 것이다.

이밖에 △대기업의 중소기업 연구개발 자금지원 세액 공제 △공동연구개발 인력 확충 및 대기업 구매 인력의 역량 개선 △외국인 근로자 공급 확충 △협력 커뮤니티 활성화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됐던 유성기업은 독과점적 지위에 있으면서도 지난해 50여 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회사 차원의 운영이나 비용적 특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불합리적인 납품 비용 책정 및 부품단가 내려치기 등 부적절한 행위는 없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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