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내용이 명확히 확정되지 않은 채 미확인 첩보 수준의 내용을 발설하고 있는 게 문제다.
한나라당 A 의원은 한달 전 빗발치는 전화공세에 시달렸다고 한다. A 의원 어머니가 영업정지된 부산지역 저축은행에 가지급금을 신청하고 받은 게 비리 연루의혹으로 확대재생산된 것이다. A 의원 이름과 이 사실은 검찰 고위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런 식이다. 검찰은 금융권 정보까지 인용하면서 의원들의 이름을 무분별하게 거론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을 소관기관으로 둔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 부산 출신 의원들의 이름도 무차별적으로 나오고 있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정치권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해야 한다니까 검찰이 현역 의원들의 '군기잡기'를 하는 거냐"는 의원들의 불만이 나올 정도다. "부모님이 저축은행에 예금한 것도 죄냐",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다 범죄자냐"는 의원들의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한다. 이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지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검찰은 말로 수사를 하는 형국이다.
말이 필요할 때가 있었다. 서슬 퍼런 군부독재정권 시절 검찰이 공안사건 등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못했을 때다. 청와대, 내무부, 치안본부, 안기부 등이 관계기관대책회의라는 걸 하면서 수사범위나 지침을 내렸을 때다. 이런 정권의 외압을 막기 위해 검찰은 언론 등에 사건 내용을 흘렸다. 우호 여론을 조성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정부 시대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게 되면서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정권 입맛에 맞게 수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수부 폐지 논란이 들끓는 지금 검찰은 '묻지마 식 의원 때리기'를 중단하고 더욱 신중하고 철저하게 비리 수사에 매진해야 한다.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 큰 저축은행 비리에 대해 검찰이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