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립스키 IMF 총재대행은 8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성장세가 최근 둔화되고 있는 것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 실업률이 치솟을 위험이 큰 만큼 부양적인(accommodative) 통화정책을 고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립스키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추가적인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시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수분기 안에 수출 및 가처분 소득의 증가로 미 경제의 성장세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추가 양적완화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미국의 통화정책은 미 경제의 완만한 성장을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전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국제금융회의 연설에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음을 인정했지만, 추가 부양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장은 버냉키가 별다른 선택권이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연준은 이미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떨어뜨렸고,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통해 매입한 자산만 2조 달러에 달해 경기 둔화에 대응할 여지가 넉넉지 않다는 설명이다.
연준은 6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2차 양적완화 프로그램(QE2)을 이달 말 중단하기로 했다.
립스키는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선진국들은 공공부채 부담을 덜기 위한 재정여건 개선이 시급하며, 신흥국들도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긴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립스키는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그리스 지원안에는 채무 구조조정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리스를 지원하기 위한 800억~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 패키지가 구체화하고 있다는 일각의 루머에 대해서도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
아울러 립스키는 유럽연합과 IMF가 그리스가 새로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기존 채무를 상환받는 차환(롤오버)을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가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