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패트롤> 금감원 인재 '엑소더스'는 막아야

2011-06-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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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이제 금융감독원에 들어가면 못 나온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내부 전문가들은 떠날 시기만 재고 있고, 외부 전문가 충원도 갈수록 어려워질 겁니다."

기자와 만난 한 금감원 직원은 향후 거취에 대한 고민으로 밤잠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은행에서 리스크 모형 설계 및 운용을 담당했던 전문가로 수억원의 연봉을 포기하고 금감원에 들어왔다.

국내 금융감독의 질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포부와 함께 업계와 금융당국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인재로 성공하고 싶다는 개인적 열망이 어우러져 금감원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비리사태로 금감원 직원의 재취업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감사는 물론 사외이사 등 비상근 직위에 대한 취업심사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금감원 출신의 감사와 사외이사들이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에 낙하산으로 내려가 금융당국과의 유착 고리를 형성하고 각종 부패 및 비리를 조장했다는 점에서 이는 당연한 처사다.

금감원도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이같은 처사를 이의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금감원 재산등록 및 취업심사 대상을 2급에서 4급으로 확대한 데 대해서는 조직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오는 9월까지 개정해 내년부터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4급 이상은 1600명가량의 금감원 직원 중 87% 정도가 해당된다. 사실상 금감원 직원의 대부분에 대해 취업 제한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윤리담당관실 관계자는 퇴직 후 2년 동안만 금융회사 등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으로, 취업 자체를 막겠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실질적인 금융감독 및 검사 업무를 맡고 있는 실무직원들이 비리에 연루된 사례가 많아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죄인 취급을 받고 있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정부의 결정에 토를 달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고참 팀장이 속해 있는 2급과 달리 3~4급의 금감원 직원들은 이직이 활발히 이뤄지는 직군이다.

금융감독 업무에 관한 경력을 쌓다가 언제든지 업계로 나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많은 인재들이 많지 않은 연봉에도 금감원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금감원이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 보험계리사 등 전문직은 물론 은행마다 몇 명에 불과한 리스크 매니지먼트 전문가들을 불러들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금감원 내 은행·보험·증권·서민금융 등 각 부문에서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금융질서 확립과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일조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 창창했던 전도(前途)에 먹구름까지 드리우게 됐다.

금융감독 시스템을 개선하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금감원 개혁작업이 도리어 감독의 질을 저하시키는 우를 범한하면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개혁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가 누구든 지나치게 포퓰리즘에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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