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측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이번 회동에서 당의 진로를 비롯해 민생문제, 대북정책 등 국정현안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눴다. 특히 이날 회동은 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얘기만 있었던 게 아니라, 박 전 대표가 각종 현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면 이 대통령이 화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MB-박근혜, ‘국정동반자 관계’ 시현
이 대통령은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 전 대표를 국정동반자로서 예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게 당내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의 불만이었다.
이에 대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작년 8월 회동에서 양측의 관계개선 의지가 확인됐다면 이번엔 그 의지가 좀 더 구체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언론 간담회에서 이번엔 ‘민생’과 ‘통합’이란 화두를 중심으로 구체적 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음을 거듭 밝혔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정말 ‘동반자’로 생각지 않으면 대학 등록금이나 물가 등의 문제에 대해 꼼꼼히 얘기를 주고받을 이유가 없다”며 “이 대통령은 남은 1년10개월 임기동안 박 전 대표와 명실상부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해나갈 것이다. 또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정권 재창출에도 같이 나서는 모습을 연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박계 인사도 “그동안엔 ‘내가 좀 비켜서 있는 게 대통령을 돕는 것’이란 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이었다면 이젠 좀 더 정국의 중심에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국 중심으로 부상 전망
물론 일각에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이번 회동에서 구체적 현안이 다뤄지긴 했지만 언급 자체는 다분히 원론적이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번 회동에서 “분열보다 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말에 이 대통령이 “그렇게 노력해 달라”며 동의를 표시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통합을 위한 노력’을 당부한 사실은 계파 해체를 거듭 촉구하는 동시에 박 전 대표에게 정치적 무게를 실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이제 누구도 ‘박근혜 대세론’을 거스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표가 ‘반값 등록금’ 논란 등 민생문제 해결과 관련해 ‘진정성’을 강조한 대목에선 “내년 총선·대선 표를 의식한 나머지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는 점에 이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합의'는 다음 달 4일 한나라당의 차기 지도부 경선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