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와 관련된 이번 수사에서 금융감독원 검사역 및 전·현직 국장급이 검찰에 체포·구속됐으나 금융위 고위간부가 피의자로 소환된 것은 처음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을 이르면 3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할 방침으로 알려져 금융권 및 정관계 로비 수사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경 변호인과 동행하지 않은채 홀로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금품수수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해가 없도록 (검찰에서) 충분히 설명드리겠다”며 조사실로 향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있을 때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은행이 퇴출당하지 않도록 금융위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관계자로부터 “김광수 위원에게 ‘금융위원회 쪽에 힘을 써달라’고 부탁하고 금품을 건넸다”는 일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원장이 지난 2006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며 저축은행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규제 완화 등의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2008년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재직 시절 부산저축은행의 대전·전주저축은행 인수를 도왔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자정 전후까지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인 검찰은 관련 의혹이 많은 만큼 조사를 끝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 및 구체적 혐의 사실을 확인한 뒤 김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나 긴급체포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일단 귀가시킨 후 구속절차를 밟을지에 대해서는 조사결과에 따라 결정키로 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오는 3일 참고인으로 소환할 예정인 김 전 원장에 대해서도 관련 의혹들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평소 친분이 있는 은진수(50.구속)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통해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사 강도와 제재 수준을 완화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은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스트 윤여성(56.구속)씨에게 검사무마 청탁과 함께 친형 앞으로 모두 1억7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김 전 원장은 또 지난해 4월 감사원에 찾아가 부산저축은행 등에 대한 부실검사를 지적한 감사내용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 사실과 같은 해 2월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에 대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 당시 검사를 1주일가량 중단시킨 것과 관련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을 상대로 불법대출 및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조작 등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를 검사 과정에서 파악하고도 묵인한 경위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추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