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운식의 광화문 통신] 최시중이 훔치는 눈물은 '악어의 눈물' 아니길

2011-06-0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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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운식 기자) 요즘 한국 사회에서 눈물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특히 정치인들이 많이 운다.

일찍이 중국의 노자는 "필부의 눈물은 개인을 위함이요, 군자의 눈물은 만인을 위함이다"라고 논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 방송사 토크쇼에 나와 가난했던 시절 어머니를 회상하며 울었다.

천안함 관련 회견에서는 희생 장병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펑펑' 울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2월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경제위기로 닥쳐올 국민의 고통을 언급하면서 울먹였다.

그는 16년 만에 광주묘역을 찾은 날 통곡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구제역으로 생매장되는 가축을 바라보는 농부도 운다. 사고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도, 생활고에 고달픈 어버지의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이런 보통사람들의 눈물은 정치인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무엇보다 진정성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아스라한 삶의 아픔이 녹아 있다.

이에 비해 정치인들의 눈물은 곧잘 '악어의 눈물'에 비유되곤 한다.

악어의 눈물은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난 뒤,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 전설에서 유래한 말이다.

거짓 눈물 또는 위선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눈물이 많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울보'로 소문이 났을까.

특히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고학을 하며 학교를 다녔다", "어머니가 생각난다" 등의 얘기를 하며 자주 눈물을 훔친다.

지난 3월에는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일부 의원들이 언론 자유를 억압했다고 비판하자 "비통하다"며 울먹였다.

그는 간간이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나는 1964년 동양통신 기자로 시작해 동아일보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등을 거치면서 30년간 역사의 현장을 지키는 언론인이었다. 독재정권에 항거해 고문을 당하기도 했고 투옥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말마따나 그는 훌륭한 언론인이었다.

이른바 '논객(論客)'이었다.

그런데 요즘 자꾸 그에게서 노회(老獪)한 '정객(政客)'의 모습이 엿보인다는 얘기가 솔솔 나온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최 위원장 옆에 앉아 술잔을 건네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그는 눈시울이 약간 붉어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돈 욕심도 없고 명예도 필요없다.", "다만 기회가 닿는 대로 국가를 위해 더 일하고 싶다."

기자는 최 위원장의 말을 믿고 싶다.

다만 눈물은 '노 땡큐(No Thank you)'다.

도리어 그의 열정과 진정성이 눈물에 녹아 희석될 수도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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