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는 2일 간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 도쿄증시의 MSCI아시아태평양지수는 2% 가까이 빠졌고, 닛케이지수는 1.69%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1.38%, 0.78%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와 코스피는 1.43%, 1.27%씩 밀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6.10원 오른 1080.70원을 기록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미국의 실망스런 경제지표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전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5월 제조업지수는 53.5로 1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ADP의 5월 민간 부문 고용도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인 3만8000명에 그쳤다. 이 여파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심리적 지지선인 3% 선을 뚫고 6개월래 최저치인 2.94%로 밀려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국채 수익률이 급락한 것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미 경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 애시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한 지 2년도 안 돼 두 번째 소프트패치(회복기의 일시적 둔화)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미 국채 수익률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실업률을 비롯해 3일 발표되는 5월 고용지표가 시장의 분위기를 가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표가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애시워스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올해 말 2.5%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간밤에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B1'에서 'Caa1'으로 강등한 것도 투자심리를 끌어내렸다. 무디스는 'Caa1' 등급을 부여한 국채의 경우 5년 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질 확률이 5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2001년 국가 신용등급이 'Caa1'로 떨어진 뒤 5개월 만에 디폴트를 선언했다.
유럽연합(EU)은 그리스가 새로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기존 채무를 상환받는 차환(롤오버)을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유로그룹) 의장은 3일 룩셈부르크에서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회동해 이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리스 사태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지로 확산될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디스도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추가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