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화가 안전통화?…"이젠 스위스프랑뿐"

2011-06-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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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美 경제 성장 둔화에 몸값 급등<br/>두달새 달러 대비 9.6%↑…유로 대비 8.5%↑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스위스프랑화가 승승장구하며 최고의 '안전통화'로 각광받고 있다.

스위스프랑 대비 유로(왼쪽) 및 달러 환율(출처:FT)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스위스프랑화 가치는 유로와 달러화에 대해 각각 8.5%, 9.6% 급등했다. 이날 스위스프랑·유로 환율은 1.2083스위스프랑, 스위스프랑·달러 환율은 0.8379스위스프랑으로 각각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스위스프랑값이 지속적으로 올라 조만간 유로화와 같은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스위스프랑값이 급등세를 띠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유럽은 그리스에서 촉발된 재정위기로 휘청이고 있고, 미국 경제는 최근 들어 지표가 악화되며 회복기의 일시적인 둔화를 의미하는 '소프트패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울리히 로이트만 코메르츠방크 외환 투자 부문 책임자는 "지금 당장 안전통화로서 스위스프랑화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며 "스위스프랑화 가치가 최근 급등한 배경에는 (대표적인 안전통화였던) 달러 및 엔화에 대한 실망감이 있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금융위기 이후 줄곧 대규모 통화부양을 통해 달러값을 떨어뜨렸고, 일본은행(BOJ)이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스위스프랑화는 기세등등한 스위스 경제를 배경으로 몸값을 올리고 있다. 유럽 경제는 재정위기로 고전하고 있지만, 스위스는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에 힘입어 강력한 성장세를 뽐내고 있다. 스위스의 지난 1분기 경기선행지수는 반등했고, 같은 기간 수출과 이날 발표된 제조업 지수도 모두 예상치를 웃돌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매우 느슨한 통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스위스중앙은행(SNB)이 조만간 긴축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SNB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라고 권고했다. 시장에서는 SNB가 이달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스위스프랑값을 띄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문제는 스위스프랑값이 과도하게 오르면 스위스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스티브 배로우 스탠더드뱅크 애널리스트는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스위스프랑·유로 환율이 1스위스프랑에 이르게 되는 것은 문제될 게 없지만, 스위스프랑값이 시장 개입을 통한 평가절상이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급등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SNB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6월까지 15개월간 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그러나 140억 스위스프랑(135억 달러)의 손실을 봤을 뿐 환율 변동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

반면 로이트만은 지금은 물가상승 압력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시장 개입에 따른 리스크는 디플레 압력 만큼이나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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