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던 B(56·여)씨는 당국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2일 금융·사법당국에 따르면 B씨는 2009년 10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받은 채권추심명령을 근거로 채무자 C씨 소유 예금(잔액 미상)을 지급해줄 것을 국민은행에 요청했으나 적절한 사유 없이 거절했다면서 이듬해 4월 금감원에 민원을 신청했다.
금감원은 당시 민원 처리 결과를 B씨에게 통지하면서 국민은행 측 과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C씨가 법원으로부터 개인회생 결정을 받아 채권추심명령에 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불복한 B씨는 전월 다시 금감원에 민원을 냈다.
B씨는 "채권추심명령을 받은 날이 2009년 10월 6일, 예금 지급을 요구한 것은 이틀 뒤인 8일"이라며 "개인회생 결정일이 예금 지급 요구일로부터 8일 후인 16일인 만큼 당시 국민은행에서 예금 지급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다시 제기된 민원에 대해 B씨에게 법적 자문을 받을 것을 권했다.
B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 법률 상담을 맡고 있는 P 변호사로부터 국민은행 측 과실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추심명령집행을 거부할 사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런 법적 자문을 받자 애초 민원을 낸 지 1년 만에 입장을 바꿔 국민은행 측 과실을 인정했다.
국민은행은 전월 30일 C씨 예금 잔액이 남지 않아 회사 자금으로 B씨에게 보상했다. 보상에 앞서 B씨는 민원 취하서를 냈다.
B씨는 2000년 6월 인천 S정형외과에서 일했던 배우자 K씨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면서 당시 병원장 C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2003년 12월 최종심에서 승소했다.
B씨는 "이를 근거로 배상을 받으려 했으나 C씨가 도주하는 바람에 채권추심명령을 받게 됐다"며 "남편을 잃어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리 항의해도 금감원은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지급을 미룬 것은 잘못이지만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은행과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규정에 따랐다"며 "B씨에게 지급된 돈도 위로 차원에서 준 것"이라고 답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금감원은 약관을 교묘하게 내세워 금융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민원을 처리한다"며 "민원실 인력을 교체한 뒤에도 이런 관행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