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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삼선동 자택에서 인터뷰하던 생전의 김종하 화백. |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서양화가 김종하화백이 30일 오후 4시 10분경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56년 반도호텔에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상설화랑인 반도화랑 개관전에서 박수근과 함께 2인전을 열었던 국내 미술 1세대 작가다.
지난 3월 롯데호텔 갤러리 개관기념으로 백영수, 권옥연, 황용엽, 윤명로와 함께 연 ‘한국 근현대미술의 재발견’ 전이 고인의 마지막 전시가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티에르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림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보지 않고 신기한 재료와 기교로 어떻게 그렸는가만 너무 집착해요.”
당시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김화백은 “화가는 화가로서만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작가의 원칙론을 고수하며 ”2030년까지 그릴 작품계획을 세웠다“며 자신감을 보여었다.
김 화백의 작품은 현실과 초현실을 아우르는 폭넓은 작품세계로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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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롯데호텔 갤러리 개관전에 출품했던 김종하 화백의 아침. Oil on Canvas / 72.7 x 90.9 cm |
무심한 표정의 여인들을 고요한 색채로 그려내 서늘한 에로티시즘을 유발하는 것이 고인 특유의 화풍이다. 미술평론가 김윤섭은 고인의 작품에 대해 “초현실적으로 표현한 ‘인간의 욕망’은 김 화백의 주요한 모티브다. 평범해 보이는 풍경이나 일상도 그의 붓 끝에선 아득하고 몽환적인 생명력을 새롭게 얻는다”고 평했다. 김화백의 작품값은 호당 1000만원선으로 알려졌다.
1918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최연소 입선했으며 이후 1933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도쿄경제국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1942년 선전에서 특선했으며 1956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귀국 후 꽃과 나무, 산, 바다, 숲, 여인 등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그림을 주로 그렸다.
지난 82년 프랑스에서 주는 루벤스훈장을 받았고 2001년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상과 2002년 은관문화훈장, 2010년 서울시문화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딸 명순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미사가 6월1일 돈암동 성당에서 열린다. (02) 2072-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