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버블 시대> SNS발 '거품경보'…닷컴버블 재현?

2011-05-3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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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 등 IPO 대박…기업 가치 수십배 껑충<br/>'리스크' 모르쇠…신흥국 채권 자금유입 물밀듯<br/>신흥국 증시 자금 이탈…세계증시 급조정 우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닷컴버블이 붕괴한 지 10여년만에 또다시 자산 거품 붕괴 우려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저금리 기조 아래 쏟아낸 대규모 경기부양 자금이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금융·경제컨설팅업체 패덤컨설팅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가 불거진 후 지난 2월까지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시스템에 공급한 유동성은 3조 파운드(5조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에 상당하는 어마어마한 자금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는 대차대조표상 자산을 3조 달러로 확대하며 천문학적 자금을 시중에 풀어냈다. 제로(0) 수준인 기준금리와 맞물려 과거 어느 때보다 조달하기 쉬워진 달러화 자금은 신흥국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 과열의 불씨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세 속에 경기 과열 조짐이 나타나자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은 긴축의 고삐를 세게 다잡고 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최근 다시 불거지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되자, 일각에서는 대규모 추가 부양 가능성에 주목하며 거품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SNS발 '뉴버블' 주의보…'닷컴버블' 데자뷔
최근 거품 우려가 다시 불거진 곳은 다름 아닌 정보기술(IT)업계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10여년 만에 IT업계에서 다시 '비이성적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이성적 과열현상'을 주도한 것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초고속 성장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들이다. 상장 기대감 속에 이들 기업의 가치는 수년 만에 수십배씩 부풀어 올랐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0일 인터넷전화업체 스카이프를 85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이는 지난해 스카이프 매출의 10배, 영업이익의 400배에 달한다.

비즈니스 인맥 전문 SNS인 링크드인도 지난 19일 뉴욕증시 첫 거래에서 공모가(45달러)보다 109.44% 급등한 94.25달러를 기록하며 시가총액을 90억 달러로 부풀렸다. 이는 지난 1분기 실적을 통해 추산한 링크드인의 올해 매출 전망치의 20배가 넘는 액수다.

러시아 최대 검색엔진 얀덱스 역시 지난 24일 뉴욕증시 데뷔전에서 공모가(25달러)보다 55% 급등했다. 사모펀드인 베어링보스토크캐피털파트너스가 2000년 얀덱스 지분 36%를 단돈 500만 달러에 인수했던 점을 감안하면, 10여년 새 기업 가치가 570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하지만 SNS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링크드인은 상장 직후 곧바로 공매도 압력에 직면하는 등 '과도한 주가'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넷산업의 세계화로 과거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를 시도하면서, 거품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IT 거품의 붕괴에 따른 고통은 10여년 전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흥 채권시장 '리스크 프리미엄' 없다고?
신흥국 자본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휘청이는 동안에도 고속 성장해온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자본시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글로벌 기업들도 활력이 떨어진 자국 증시에서 자금조달을 포기하고, 홍콩 등 신흥국 증시를 통해 자본 조달에 나섰다. 미국 컨설팅업체 캐피털마케츠어드바이저리파트너스에 따르면 1997년 이후 홍콩,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증시에 진출한 기업 수는 미국의 8배나 됐다. 그사이 홍콩은 지난해 세계 최대 IPO시장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최근 신흥국 증시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해외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올 들어 신흥국 증시가 2.1% 오르는 동안 선진국 증시는 4.9% 올랐다며 신흥국 증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어버린 것은 아니다. FT는 유럽 재정위기 속에 신흥국 채권시장이 '리스크 프리미엄'을 벋어 던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펀드정보업체인 EPFR에 따르면 올 들어 신흥국 증시에서 16억 달러가 이탈한 반면 신흥국 채권펀드에는 올 들어 79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신흥시장 채권펀드 수요가 급증한 만큼 수익률은 하락했다. 바클레이스캐피털에 따르면 신흥시장에서 발행된 달러화 표시 국채와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6.14%에서 최근 5.48%로 떨어졌다. 일례로 인도네시아가 최근 발행한 25억 달러 어치의 국채 수익률은 평균 4.7%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발행한 같은 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 수익률을 밑돌았다. 또 헝가리가 발행한 10억 달러 어치의 국채 수익률은 당초 6%에서 발행한지 한 달도 안 돼 5.92%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신흥국의 자금조달 비용이 관련 리스크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며 신흥 채권시장에 대한 유입 자금 규모가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앤 와이먼 노무라 신흥시장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일부 동유럽 국가의 경우,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한 리스크가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신흥국 증시 조정…자산 버블 벌써 터졌나
신흥국 증시에서 글로벌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글로벌 증시 대조정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흥국 증시는 이제 한물 갔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MSCI신흥시장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5% 이상 빠졌다. 지수 하락은 대규모 매도가 일어난 동유럽 증시가 주도했는데 이 지역 증시는 5월 들어서만 10% 넘게 추락했다.

신흥시장의 대표격인 브릭스 증시도 이미 조정에 돌입한 분위기다. 브라질과 러시아 증시 주요 지수는 최근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고, 중국증시는 지난 주말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인도 센섹스지수도 이달 들어서만 5% 가까이 빠졌다. 이는 주요 신흥국이 긴축의 고삐를 바짝 죄면서 성장세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탓이다.

문제는 신흥국 증시의 조정이 유럽 재정위기 속에 근근이 버티고 있는 선진국 증시의 추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 국채시장은 안전자산 수요가 늘면서 랠리를 펼치고 있다. 채권시장의 강세는 주식시장의 약세 요인이 된다.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최근 경제 성장 둔화로 글로벌 증시의 조정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2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세계 경제 회복세로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늘고, 주가도 오름세를 이어왔지만, 일본 대지진과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증시도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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