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당선에 미 '캐스팅 보트'?

2011-05-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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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지지 표명 없이 신흥국 눈치만<br/>中·印·브라질 등 '유럽인' 반대

(아주경제=워싱턴 송지영 특파원)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유력한 차기 총재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인도 등 신흥국과 미국의 표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랑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미 지난주 주요 8개국(G8)이 라가르드를 만장일치로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국의 입장은 아직 불문명하다. 백악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주 파리에서 "여성이 IMF와 같은 국제 기구의 총재직을 맡는 것을 '비공식적'으로 지지한다"고만 밝혔다.

미 백악관 대변인 재이 카니는 29일 "IMF가 택한 차기 총재 선출 방식과 최선의 후보를 찾을 수 있는 방식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그 이상도 이하도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16.80%)과 상위 4개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 등 20.68%)의 표결 권한은 총 37.48%이다. 여기에 다른 G8 국가들 지분까지 포함하면 과반수를 훌쩍 넘지만, 만일 미국이 캐스팅 보트를 반대쪽으로 행사하면 다른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라가르드는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브라질 등 신흥국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이들 국가들은 "IMF가 지금까지 서구 국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총재를 비서구 출신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러시아가 포함된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IMF 국장들도 지난 24일 "IMF의 신뢰성과 적법성을 위해서도 차기 총재가 유럽 출신이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1947년 첫 출범 이후 지금까지 10명의 IMF 총재는 모두 유럽 출신들이었다.

이와 관련 멕시코 아구스틴 카르텐스 중앙은행장이 지난주 총재직 출마 의사를 밝혔고, 또 IMF 수석 부총재를 지낸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차기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피셔는 밴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979년 미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지도 교수를 맡은 인물이다.

이같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라가르드는 브라질, 중국, 인도, 중동 국가들까지도 직접 돌며 지지를 호소할 방침이다. 그는 프랑스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브라질은 나를 초청한 첫 나라이며 중국, 인도도 꼭 들러 지지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라가르드는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 전 총재가 성폭행 혐의로 사임한 직후 차기 총재직에 도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라가르드는 IMF 총재가 비 유럽 국가에서 나와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총재가 되면 187개 회원국가를 대표하는 '국제 동물'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도 "난 프랑스인이기 때문에 유럽 문화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IMF 총재 선출은 각 국가 및 국가군을 대표하는 24명의 이사회에서 후보자를 선출해 투표로 결정되며 이미 라가르드는 절반의 표는 얻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비 서구 국가들이 대거 반대하면 탈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후보자는 6월10일까지 의사를 표명해야 하며, 최종 결과는 6월말 이전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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