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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올해만 세 번째 대책을 내놓았지만 거래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중개업소가 밀집 상가. |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전혀 ‘약발’을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이 침체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 원인이 정부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의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약 3년 3개월 동안 쏟아낸 부동산 대책 가운데 굵직한 것만 해도 약 26회에 달한다. 하지만 시장에 녹아들기는 커녕 반대로 시장 상황이 움직이면서 헛발질만 계속한 꼴이 되고 있다.
◆미분양 대책 헛발질만 수십 번
MB정부가 집권 초기 공을 들인 것 중 하나가 미분양 주택 해소였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나온 미분양 관련 대책은 약 9개에 이른다.
지방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취득세를 완화 해주는 내용의 2008년 6·11 대책을 시작으로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 등의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또 기업으로부터 환매조건부로 미분양주택을 사들였고, 부동산 미분양펀드를 도입하고 리츠(REITs) 활성화에도 나섰다.
이 외에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나온 많은 대책들도 간접적으로 미분양 해소를 위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미분양주택은 줄어들지 않았고, 2009년 3월에는 16만5641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8년 한 해 동안 나온 미분양 대책에도 시장은 꿈적하지 않은 것이다.
수도권도 미분양주택이 지난해 12월 기준 2만9334가구로 사상최대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후 미분양 주택은 감소세로 돌아 3월말 현재 7만7572가구로 크게 줄었지만 대책 때문이 아니라 공급량 감소와 전세난 가중으로 인한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분양주택 증가는 금융 부담을 견디지 못한 건설사들의 부실로 이어져 100위권 안의 건설사 가운데 20여 곳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사태로 이어졌다.
◆대책이 전세난 키웠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요인 가운데 하나가 전세난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2008년 2월 MB정부 출범 이후 전셋값 상승률은 10.73%에 이른다. 1년 사이 30% 넘게 오른 곳도 있다. 반면 집값 변동률은 0.1%에 그쳤다.
계절적 이유로 봄과 가을 1년 2차례 몸살을 앓던 전세시장이 언제부터인가 계절에 상관없이 계속 상승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 또한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통상 집값이 하락하면 전셋값도 하락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상관없이 집을 사려는 매수 수요가 대기 수요로 바뀌면서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영향도 크다. 정부가 서울과 인근지역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을 2018년까지 150만 가구 공급하겠다는 발표(2008년 9·19대책) 이후 상당수 매수 수요가 전세로 눌러 앉힌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었다. 지난해 전세난이 심각한 문제로 불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시장의 우려를 무시하다 더 큰 화를 좌초하기도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전셋값이 최근 강남과 목동 등을 중심으로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도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된 수요자들이 여름방학 전세난이 또다시 오기 전에 서둘러 매물을 선점해두려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거래 활성화도 실패했다
정부는 지난 3년간 주택거래 활성화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대부분의 정책이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주요 대책 26건 중 10여건이 여기에 해당될 정도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국토부의 아파트 실거래가 현황에 따르면 MB정부 출범 초인 2008년 2월 7만269건에 이르던 아파트 거래량(가격 비공개 포함)은 지난해 12월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10만건을 넘지 못했다.
특히 수도권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다시 강화(3·22 대책)한 이후 4월 거래량은 8만7978건으로 전월인 3월(8만7842건)에 비해 1만 건 가까이 줄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5월에도 계속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주택거래가 실종되면서 하우스 푸어가 대거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호황기인 2006~2007년 당시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 이들이 이후 집값이 떨어지는데 집을 팔리지 않아 하우스 푸어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