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대변혁 'IFRS' 시대-<상>] IFRS 도입,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2011-05-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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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역사적인 '회계부정 사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미국의 글로벌 기업 '엔론'사태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회사에서 불과 15년만에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한 엔론은 전자상거래, 철강, 목재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해 1990년대 미국 7위 규모의 초대형 회사로 급성장했다.

또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5위에 오르면서 당시 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존경하는 회사이자 혁신적인 기업경영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후 엔론은 주가 및 매출 조작, 분식회계, 탈세를 비롯해 회사의 손실을 은폐하면서 '기업사기'와 '부패'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특히 엔론은 여러 종속회사에 부채를 떠넘긴 후 연결재무제표에서 제외하는 방법으로 겉보기에만 건실한 회사의 형태를 유지했다.

결국 엔론의 외부감사 회계법인인 '아더 앤더슨'이 회계부정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문을 닫고야 말았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에서 '부채를 떠넘겨 연결재무제표에서 제외하는 방법'은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오는 2014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IFRS의 핵심은 기준체계가 '원칙주의'를 따른다는데 있다. 회계담당자가 기업의 경제적 실질에 기초해 회계처리 할 수 있도록 회계처리의 기본원칙과 방법론을 제시하는데 주력한다.

반면 '규정주의'를 적용하는 미국의 회계기준(US GAAP)은 법률관계나 계약 내용에 따라 개별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회계처리 방법과 절차를 세세하게 규정한다는 점에서 원칙주의와 다르다.

기업 상황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복잡한 현실을 일괄적으로 규율할 수 없기 때문에 규정주의를 따르게 되면 규제회피가 쉬워진다.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아 왔던 US GAAP가 엔론사태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았던 이유다.

문제는 한국회계기준(K-GAAP)도 '규정주의'를 적용해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IFRS 도입으로 한국 회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크게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모든 상장기업 및 금융기관의 재무관련 부서들은 이달까지 IFRS를 적용한 1분기 재무제표를 공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IFRS 도입에 따른 재무제표 변화 내용은?

IFRS 도입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공시체계가 개별재무제표 중심에서 연결제무제표 중심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하나로 간주, 내부거래를 제거한 연결재무 정보가 공시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회계투명성과 재무정보의 질이 한층 높아진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 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투자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IFRS는 자본시장 투자자에게 기업의 재무상태 및 내재가치에 대한 의미있는 투자정보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IFRS는 금융자산과 금융부채는 물론 유형·무형자산 및 투자부동산에 이르기까지 공정가치 평가범위를 넓힐 수 있다.

공정가치란 보통 우리가 ‘시가’라고 부르는 개념보다 더 넓은 의미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거래의사가 있는 당사자간 거래에서 자산이 교환되거나 부채가 결제될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 IFRS는 정책적 목적을 배제하고 경제적 실질에 따른 회계처리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상환우선주(특정시점에 발행자가 상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주)의 경우, K-GAAP에서는 상환의무와 관계없이 상법상 ‘자본’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IFRS에서는 모두 부채로 분류하기 때문에 부채가 커질 소지가 높다.

◆ IMF 외환위기가 IFRS 도입 계기

IMF 외환위기 직후, 이른바 우리나라 자본시장 선진화 작업이 이뤄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한국이 IFRS를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1999년 9월 당시 민간 회계기준 제정기구인 한국회계기준원이 설립되면서 우리나라의 K-GAAP는 IFRS를 반영해 대폭 수정됐다. 2007년 3월 국제회계기준 로드맵 발표 시점에 이미 K-GAAP는 IFRS와 90% 이상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100% 일치해야 IFRS로 인정되는 만큼, 부족한 10%를 개정하기 위한 일련의 로드맵을 작성하게 된다. 바로 △공정가치 평가를 일부 계정과목에만 도입 △연결재무제표가 아닌 개별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사용한 점 △재무제표에 정해진 표준양식을 사용한 점 등이 IFRS와 큰 차이가 나는 항목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2007년 3월 IFRS도입 로드맵을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올해부터 모든 상장법인 및 금융기관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은 IFRS가 적용된 분·반기 연결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며, 오는 2013년에는 모든 상장법인이 의무 작성해야 한다.

종속회사를 이용한 분식회계를 방지하는 등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도 있지만, 사실 IFRS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 IFRS 미사용국으로 분류되면서 해외 자본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가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시장에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자 해외 자금조달비용이 상승하고, 우리나라 기업 가치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현상이 지속됐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도 K-GAAP가 아닌 IFRS나 US GAAP에 맞춰 재무제표를 재작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낭비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따라서 IFRS 도입으로 우리나라 기업 재무제표를 다른 국가와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 자본시장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유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또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신용등급 상향 기회도 누릴 수 있고, 그동안 저평가 됐던 기업가치가 그야말로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업종별로 IFRS 적용 효과가 천차만별이라는 점과 회계 및 재무환경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안 등 여러가지 문제점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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