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장은 JVC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회사의 VHS 방식이 세계 표준으로 선택된 것.
이 때 우리 기업들은 이런 경쟁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무런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던 우리 기업들이 세계 3D TV 표준 방식을 놓고 다투고 있다.
LG의 필름패턴편광(FPR) 방식과 삼성의 셔터글라스(SG) 방식이 격돌하고 있다.
승리의 여신은 LG쪽을 향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누가 선택되든 이는 우리 기업 전체의 승리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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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국제정보디스플레이 학회(SID) 2011 전시회'에서 풀고화질(HD)보다 4배 선명한 세계최고 해상도(3840 X 2160) 84인치 울트라 디피니션(UD)을 최초로 공개하며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과시했다. SID는 전세계적으로 6000여명의 전문가들이 소속돼 있는 세계 최고 권위의 디스플레이 관련 학회로 매년 학술 심포지엄과 전시회를 병행 개최하고 있다. |
(아주경제 한운식 기자) LG디스플레이는 올초 차세대 3D패널인 필름패턴편광(FPR) 방식 3D 패널을 전 세계 시장에 내놓았다.
이 방식으로 3D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탁월한 기술력 덕택에 시장 반응은 좋다. LG디스플레이는 이 기세를 끝까지 몰아 세계 표준으로 만들 참이다.
이와 관련 강병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을 지배하려면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뜨거워진 3D TV 전쟁.. 숨겨진 변수는 안경?
3D TV 시장을 놓고 화질 논쟁에서 시작된 LG와 삼성 간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함을 더해 가고 있다.
그런데 이 다툼을 종결짓는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안경이 꼽힌다.
안경은 시청 편의성, 안정성 및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시장에서 3D TV의 안경과 관련된 흥미로운 소비자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에서 시장 조사 업체 TNS에 의뢰해 3D TV 구매고객 88명을 대상으로 3D 안경을 보유한 개수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안경의 개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3개 이하를 보유하고 있다는 고객이 83.3%, 3~5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고객이 79.5%로 집계됐다.
흥미로운 것은 구매 고객들 중 가장 많은 56.9%가 안경 2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가장 많은 37%의 고객이 희망하는 안경 개수는 4개라고 했다.
이는 3D TV 구매 고객들이 4개 정도의 안경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안경(평균적으로 2개 내외) 외에 추가적으로 안경을 구입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 고객이 상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10만 원대 고가인 셔터글라스(SG) 방식 안경보다는 만원 이하 가격에도 살수 있는 FPR 방식 안경이 확실히 유리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3D TV 제조업체에서 이러한 조사결과를 반영해 기본 제공 안경 개수를 4개로 늘리려고 한다면, SG 방식 3D TV의 경우 20만원 가량의 안경 비용을 TV 판매 가격에 반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번 조사에서 ‘2D→3D’ 변환 기능이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중립(29%)이거나 필요하다(56%)고 답한 의견이 85%에 달해, 필요 없다(15%)고 답한 의견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3D TV를 사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꼭 3D로 제작된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2D를 전환한 3D 영상을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3D TV 시장이 컨텐츠 시장 확대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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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패턴 편광(FPR)방식 3D안경. TV화면에 3D효과를 발휘하는 얇은 필터역할을 하는 필름을 부착, 3D 영상을 구현한다. |
◆ 중국 시장서 FPR 3D TV 판매 급신장, 점유율 50% 돌파
중국 3D TV 시장에서 FPR 3D TV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AVC(All View Consulting)에 따르면, 중국 3D TV 시장에서 FPR 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스카이워스 등 로컬 TV 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한 직후인 1월 초에는 4%에 불과했으나, 3월 들어 30%대를 넘겼다. 곧 이어 최근 SG 방식을 추월했다.
또 로컬 TV 업체들의 3D TV 판매 비중은 1월초에 28% 정도에 불과했으나, FPR 3D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 호응을 보이자 빠르게 비중을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로컬 TV 업체들은 SG 방식 3D TV 판매를 축소하고, FPR 3D TV 판매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LCD TV 시장은 연간 3900만대로 전 세계 시장의 21%를 차지했다.
중국이 세계 1위의 LCD TV 시장으로 등극한 것.
특히 창훙· 하이얼· 하이센스· 콘카· 스카이워스· TCL 등 중국 6대 로컬 업체가 중국 LCD TV 시장의 75%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6대 업체는 모두 지난해 12월 FPR 3D 신제품 발표회에서 FPR 방식 제품을 출시하기로 LG디스플레이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가 FPR 비중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는 사실은 조만간 중국 시장에서 FPR 방식 3D TV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FPR 3D TV 마케팅에 직접 팔을 걷고 나선 권영수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은 올 3월 이후 매달 중국을 방문해 FPR 3D TV 판매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중국 현지의 하이센스 매장 직원은 “하이센스 매장은 FPR 3D와 SG 3D를 모두 판매하고 있는데, 체감 비중은 8대2 정도”라며 “춘절 이후 FPR 3D TV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창홍 매장 직원은 “최근 들어 FPR 3D 인기는 엄청나다”며 “37인치 FPR 3D TV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