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환경부와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현행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하 SOFA)'대로라면 우리나라는 고엽제 매몰기지에 대해 독자적인 조사를 할 수 없고, 조사 권한은 사실상 미국에 있다.
캠프 캐롤 기지는 우리 정부가 미국에 공여한 ‘사실상’ 미국 땅이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22일 이번 고엽제 매몰 문제에 대해 공동조사를 조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캠프 캐롤 기지내 환경 관련 자료도 공유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번에 미국이 공동조사를 거부했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미군 당국이 이번 공동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해도 (우리나라는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며 “캠프 캐롤 기지는 미국에 공여한 땅이라 미국법이 적용돼 우리 정부가 마음대로 조사를 못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설사 공동조사가 이뤄진다 해도 공동조사가 미국 주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1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 서울 광화문 주한 미대사관 인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SOFA 규정을 내세워 주한미군이 그동안 독극물을 포함한 유해물질을 우리 땅에 몰래 버린 행위에 대한 조사를 방해해 왔던 전력이 있다”며 “이번에도 또다시 방해를 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엽제 매몰에 대한 진상조사에 대한민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직접 참여 보장 △고엽제 매몰에 대한 자료 공개와 전국의 모든 미군 기지에 대한 환경조사 △오염된 우리 땅 원상복구와 주민 치유대책 수립 등을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정책국장은 “해당 기지가 우리나라가 미국에 공여한 사실상 미국 땅이기 때문에 현행 법 체계상 공동조사는 미국 주도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캠프 캐롤 기지에 근무했던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 씨는 지난 2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매몰된 고엽제 양에 대해 “(205리터짜리 드럼통) 600여 개는 될 것 같다”며 “300여 개는 캠프 캐롤 안에 있던 것이고, 나머지 300여 개는 한국 내 다른 곳에 있던 것을 들여온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하우스 씨는 “(고엽제를 묻을 때에) 특별한 보강조치는 없었다. 그냥 땅에 묻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