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대표와 김 지사는 19일 정 전 대표의 경기도 공무원 대상 특강에 앞서 티타임을 갖고 한나라당의 대권·당권 분리규정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대권·당권 분리규정과 관련, “제왕적 총재의 등장을 막으려고 2005년 만든 것으로 국민들의 생각과도 맞지 않고 한나라당의 어려운 상황에도 맞지 않는 조항”이라며 전당대회 이전 개정을 촉구했다. 이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다 어렵다고 하는데 안타까운 것은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 반대하는 것”이라고 대권·당권 분리규정을 지지하는 소장파들을 비판했다.
특히 정 전 대표는 “대권.당권을 분리하면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최고위원 9명중에 선출직 7명은 대선 경선에 못 나간다. 상식에 맞지 않고 당의 현실에도 안 맞는다”고 했다.
이에 김 지사도 “7명의 발을 묶으면 리더십이 어디서 나오겠고 누가 주류 리더십이 되겠냐”며 “정 전 대표와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라고 동조했다.
정 전 대표는 “같은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김 지사와 경쟁적인 협동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해 김 지사와의 연대설을 사실상 확인했다.
정 전 대표는 “김 지사와 나는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선진국을 만들고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과 생각이 같다”며 “경쟁은 협동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이어서 김 지사와 선의의 경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김 지사가 제안한 대선후보 전당대회 참여론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전 대표는 특히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날 만남을 전략적 연대로 봐도 되냐는 질문에 “격상시켜주는 것같아 좋다. 편안한 만남으로 봐달라”며 애써 부인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김 지사와 학교 동창이고 존경하는 분이다. 언론을 통한 간접대화를 통해 큰 문제에 관해 의견이 같다는 것을 알고 다행스럽게 생각했다”고 김 지사를 치켜세웠다.
김 지사가 (대권 출마) 결단을 하면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도 했다.
정 전 대표는 그러나 김 지사와 잠재적인 경쟁관계로 봐야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궁극적 협동관계로 봐달라”면서도 “100m 달리기를 할때 옆에 선수는 동반자이지만 기록은 자신이 낸다. 최대 경쟁자는 자기자신”이라고 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대한민국, 위대한 탄생을 위하여’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우리의 자화상을 간단히 정리하면 갈라진 대한민국과 추락하는 집권여당, 상승하는 포퓰리즘, 손가락질 받는 부자와 고위공직자, 다들 걱정은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사회”라고 꼬집었다.
정 전 대표는 “시장경제체제에서는 효율성과 경제논리가 인정되고 존중돼야 한다”며 “그러나 일부 기업하는 사람들은 시장이 법과 정부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정 전 대표는“정치인들이 표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종시가 대표적 사례”라며 “대의를 중시하고 신념을 위해서는 생명까지 걸었던 조선시대 사대부 정신을 되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날 특별한 만남을 가진 정 전대표와 김 지사는 올해 60세로 동갑내기이자 서울대 70학번 동기생으로 대학 졸업 후 각각 경영과 노동 쪽으로 다른 길을 걸었으나, ‘대권’이라는 같은 목표에다 대북.경제 문제 등에 있어 유사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