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트렌드를 발빠르게 읽어내 신상품을 개발해야하는 카드사 직원들에게 복장의 자유분방함은 곧 생각의 자유로움까지 낳는 모습이다.
지난 3월 분사한 KB국민카드는 금융권에서 보기 드물게 자율복장제를 도입했다. 평일 출근길 반팔 티셔츠나 청바지와 같은 캐쥬얼한 차림으로 나와도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금융권에서는 다소 파격적인 제도로 이틀만 허용했던 것을 전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만의 경영방침이 담겨 있다.
최 사장은 KB국민카드가 분사할 당시 보수적인 은행권 문화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카드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 직원들 사이 획일성을 지양하는 대신 개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할 때 창의적 사고가 나온다는 생각이다.
현대카드 역시 '노타이(No tie) 문화' 를 도입해 직원들 사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정장을 입되 넥타이를 꼭 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부터 각종 공식적인 자리에서 마치 스티브잡스를 연상케하는 노타이 차림으로 등장, 특유의 조직 문화를 알리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정장에 넥타이를 굳이 매지 않아도 에티켓에 어긋나는 게 아니어서 도입한 것"이라며 "금융권의 신뢰를 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신한카드 역시 독특한 복장코드로 주목받는다. 특히 여름철 모든 직원들은 하늘색 혹은 회색의 반팔 티셔츠를 의무적으로 입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착용한 티셔츠는 전업계 카드사에서는 유일한 아이템이다.
일면 획일화된 복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초 이 제도는 직원들이 넥타이를 매지 않고 편한 복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와이셔츠를 다림질하는 일 등에 따로 신경쓰지 않아서 좋다"며 "게다가 시원한 소재여서 실내에서도 편하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도부터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도입한 이 제도는 직원들 사이 소속감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철 지난 티셔츠의 경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수거해 네팔, 필리핀 등의 빈곤층에게 기증할 수 있어 사회공헌 활동의 참여기회를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