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각 기업과 가정에 전력 소비를 15%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절전 운동은 1970년대 1, 2차 석유위기 당시에 이어 3차 범국민 절전 캠페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5% 절전' 요구 = 일본 정부가 15% 절전을 요구한 것은 전력 수급량 예측에 따른 것이다.
'전력수급 긴급 대책본부'에 따르면 올여름 도쿄전려이 도쿄, 지바 등 수도권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은 4500만kW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요는 5500만~6000만kW에 이를 전망이다.
도호쿠(東北) 지방에 전기를 보내는 도호쿠 전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호쿠 전력의 공급량은 1150만kW이지만, 수요는 1300만~1480만k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공급량은 화력발전소를 복구하고 가스터빈 등 긴급 발전설비를 설치해 도쿄전력이 500만㎾, 도호쿠전력이 50만㎾ 정도를 늘린다.
나머지는 절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경제 산업상은 지난달 28일 각 기업과 가정이 전기 소비량을 15%씩 줄여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은 1973∼1974년 1차 석유위기와 1979∼1980년 2차 위기 때에도 범국민 절전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1979년에는 당시 석유 사용량의 5%를 줄인 바 있다.
◇ 절전 아이디어 백출 = 각 기업은 올여름 조업시간을 바꾸거나 여름 휴가 기간을 늘린다는 등의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일본자동차공업회는 7~9월 토, 일요일에는 공장을 가동하는 대신 전기 사용량이 많은 목, 금요일에 쉬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방침은 전국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건설기계 대기업인 고마쓰는 여름 휴가를 늘릴 생각이다.
에어컨을 끄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일본 노동안전위생법상 사무실 온도는 '28℃ 이하'로 정해져있지만, 이를 '30℃ 이상'으로 고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그대신 5월초부터 관공서와 기업에선 넥타이를 매지 않고, 웃옷도 입지 않은 채 간편한 복장으로 출근하는 이른바 '쿨비즈'를 시작했다. 예년보다 한달 앞당겨진 모습이다.
일본 정부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전력 수급량 데이터’를 도표로 만들어 길에서든, 인터넷상에서든 전력 수급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기업에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국민 개인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고 국가 전체가 짐을 나눠 지는 일본식 ‘부담의 분산’을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