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차원에서 브라질·미국 등으로 KTX산천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철도 운영 공기업이 고속열차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KTX산천은 지난해 3월부터 1년여 간 41차례나 크고 작은 자체 고장을 일으키면서 ‘고장철’이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1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KTX산천은 운행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신호장치·공기배관 이상 각 10건, 고압회로 이상 4건, 모터블록·승강문 고장 각 3건, 보호장치 오검지 2건, 공조장치 등 기타 고장 9건이 발생했다.
지난 7일 검수 도중 KTX산천 2호차 모터감속기 고정장치(고정대)에서 심각한 균열이 발견됐는데, 이 고정장치 균열로 무게만 0.5톤에 이르는 모터감속기가 선로로 떨어지면 차체와 충돌하는 것은 물론 차량 무게중심이 균형을 잃어 탈선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이에 철도노조와 코레일은 KTX산천 2호차 운행 중단에 그치지 않고 제작사(현대로템)에 차량 전체에 대한 정밀 재점검을 요구한 것이다.
더불어 종종 일어나는 KTX 고장 및 사고에도 코레일이 속시원하게 근본적인 문제점을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 대한 내부 불만을 가라앉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실제 지난해부터 외부에 알려진 KTX의 사고·운행 장애 14건 가운데 8건이 KTX산천과 관련됐다. KTX 열차 운행 중단에 따른 코레일 이미지 손실은 물론 요금 환불, 승차권 재발급 등 운영 손실만 3억여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또 현대로템이 국내에서 경쟁상대 없이 독점적으로 철도차량을 제작하다 보니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코레일 다른 관계자는 “잦은 고장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 개발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며 “너무 서둘러 영업운전에 나선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열차의 고장, 운행장애는 차량 문제 뿐만 아니라 선로·신호 시스템, 선로-차량 인터페이스(호환성), 운영상의 인적오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일이라 제작 결함만으로 몰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대로템 측은 “그동안 발생한 KTX산천 운행 초기 2년간 고장률은 프랑스 TGV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대부분 단기간에 정상화할 수 있는 고장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KTX산천에 대한 코레일 측 정밀점검 요청에 대해 현대로템은 “이번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엄연히 리콜이 아니라 점검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한 차량은 오늘 수리에 들어갔으며, 고장 원인을 파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나머지 차량에 대해선 지난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정밀 재점검을 벌였으나 특이 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