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을 앓다 숨진 35세 산모의 직접적인 사인은 폐렴과 그로 인한 '다장기 손상'이다.
다장기 손상이란 뇌와 심장, 간, 콩팥 등 여러 장기가 동시에 기능을 상실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서울에 살던 이 환자는 초기 기침과 호흡곤란을 겪다 지난 12일 처음 입원한 뒤 한 달도 채 안 돼 숨졌다.
이 산모에게서는 비슷한 증상으로 같은 대학병원을 찾은 다른 7명의 환자처럼 기도를 중심으로 생긴 염증이 양쪽 폐로 급속히 퍼져 폐가 단단해지는 폐섬유화증이 나타났다.
울산대 호흡기내과 고윤석 교수는 "사망한 환자는 영상촬영으로 나타난 소견에서 폐섬유화증을 확인했다"며 "가족의 동의를 받아 사망환자의 조직을 얻어 분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폐섬유화를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으로는 특발성 간질성 폐렴이 있지만, 사망자처럼 건강하던 사람이 짧은 시간 내 급속히 폐섬유화가 진행되는 양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특발성 간질성 폐렴을 앓다 숨진 환자의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 환자처럼 입원 후 한 달 내 급속히 증상이 악화해 사망에 이르는 양상은 드물다는 설명이다. 특발성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뜻이며 간질성 폐렴은 폐의 허파꽈리 벽을 구성하는 조직인 간질(interstitium)이 감염된 폐렴을 일컫는다.
또 기존 폐렴환자들의 초기 증상은 발열 등이지만 숨진 환자를 포함한 8명의 환자에게서 호흡곤란이 나타난 점과 유사 증상의 환자가 동일병원에 연간 2∼4사례가 발견됐다면 이번에는 주거지는 다르지만 한 달 내 8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도 특이점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수 년에 걸쳐 2∼5세 유아 40명이 비슷한 증상으로 숨진 사례가 보고된 논문이 있어 병원 측에서는 관련성 여부를 확인해 볼 계획이다.
또 산모들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아이로부터의 호흡기 질환 감염 여부도 알아본다는 방침이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이 산모를 진료한 병원은 환자가 앓은 폐렴의 종류와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8명 환자 중 단 2명에게서 일반 감기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코로나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이 바이러스가 새로운 양상을 보인 폐렴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혹시라도 이 바이러스가 변종 바이러스인지는 검사를 통해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해야 확인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변종 바이러스 가능성을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질본은 오는 12일 다른 환자에게서 검출된 아데노 바이러스의 형태를 밝히고 향후 2주와 8주 후 각각 숨진 환자의 조직검사 결과와 바이러스의 유전자 검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아데노 바이러스의 검체와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는 이 바이러스가 통상 감기와 함께 폐렴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혹시 활동성이 높은 종류인지와 변종 여부를 확인하고 조직검사에서는 폐섬유화의 특이성을 살펴본다.
대한감염학회 오명돈 이사장은 "유사한 증상을 보인 환자 8명 중 발견된 2종의 바이러스는 일반 감기 환자에게서 흔히 나오는 바이러스"라며 "이 바이러스가 환자들에게서 우연히 발견된 것인지, 아니면 폐에 깊숙이 침범해 폐렴을 일으킨 것인지는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산모 사망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으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숨진 산모를 포함한 유사한 증상으로 한 병원에 입원한 환자 8명의 발병 양상을 보면 지역사회 내 확산 가능성은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거주지가 서울과 광주, 대전 등으로 질환의 발생장소가 다르고 직장과 학교에서 동시발생한 사례가 없었다.
대다수가 3월 발병해 다음달 입원했는데 지역사회 확산이 일어났다면 지난달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해 전국 병원에서 유사사례가 나타나야 하지만 확산조짐이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신종플루와 같이 전염성이 높은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질환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질본은 이에 따라 일반 산모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행동지침을 내놓을 계획이 없으며 일반 산모들이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이종구 본부장은 "(폐렴의 원인이) 바이러스라는 증거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하면 '원인 미상의 폐손상'으로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며 앞서 나간 추측을 경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