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9일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할 경우 내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이 어떤 언급을 통해 현재 작동되고 있는 (핵)프로그램을 규정해 주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수행 중인 이 관계자는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결국 6자 회담에서 북한이 언제까지 UEP(우라늄농축프로그램)를 포함한 전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하고, 이에 대해 나머지 5개국은 안보와 경제 관점에서 북한과 어떤 협력사업을 함께 진행시키겠다는 플랜이 나오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초청의 전제 조건은 (핵 프로그램 폐기의) 세부 이행 계획을 마련한다는 조건보다 전반적인 목표에 대한 국제 사회의 확고한 약속과 같은 보다 정치적인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북한의 비핵화 합의 약속이란 어느 수준을 말하는 건가.
▲남북 비핵화 회담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나 모종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6자 회담을 통해 우리가 얘기해왔던 그랜드 바겐(북핵 일괄타결) 성격의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되면 국제 사회가 북한의 비핵화 절차와 목표 시한에 따라 어떤 경제 지원, 안전 보장. 신뢰 회복 조치를 할 지 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염려하는 안전보장 , 경제 문제가 같이 해결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북한의 밝은 미래'라고 언급한 것 같다.
--이번 제안은 그랜드 바겐을 포함한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변화한 것인가.
▲`그랜드 바겐'이란 말 자체를 갖고 북한이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그랜드 바겐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북한이 전체 핵 프로그램을 언제까지 폐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확인과 같은 대략적 접근을 얘기하는 것이 더 (진의에) 가깝다. 외교부의 한반도평화교섭본부에서 구체화하고 있는 그랜드 바겐의 세부 이행 계획은 추후 6자 회담이나 관련 절차를 거쳐서 구체화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년도 핵안보 정상회의의 초청의 전제 조건은 세부 이행 계획을 마련한다는 조건보다 전반적인 목표에 대한 국제 사회의 확고한 약속과 같은 보다 정치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이번 제안이 연평도ㆍ천안함 도발에 대한 사과 약속과는 관계없는 건가.
▲관계가 완전히 없다고 볼 수 없다. 작년 두 차례 도발에 대한 분명한 사과는 비핵화 회담은 물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남북간에 본격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대전제라는 점이 유지되고 있다. 사과가 먼저냐, 비핵화 합의가 먼저냐 하는 질문이 많은데 사실 북한이 비핵화를 공표하는 인식까지 간다면 도발에 대한 사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고 판단할 때 두 개를 별도로 분리해 무엇을 먼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도발에 대한 사과는 남북간 핵문제를 포함한 모든 본격적인 대화의 대전제라는 원칙은 남아 있다.
--북한이 어느 수준의 약속을 해야 초청 가능한가.
▲이것은 통치자의 정치적이고 적극적인 메시지로서 시작이 되는 것이다. 남북 비핵화 협상이나 6자 회담이 언제 열릴지, 열린다면 어느 수준까지 얘기가 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약속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고 누가 보더라도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면 50여개국 정상이 충분히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핵안보 문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북 비핵화 문제가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인가.
▲북한 핵 문제는 비핵화와 핵 확산 방지의 문제로 세이프 가드의 이슈이다. 그러나 핵을 갖게 되면 핵 물질의 통제나 안전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므로 결국 북한의 비확산 문제는 원자력 안전문제, 핵물질 안보 문제와도 다 직결되는 문제이다. 세가지 문제는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서 누구보다 당사자인 우리나라가 북한과 먼저 핵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연변에 경수로를 짓는 문제도 의제가 될 수 있나.
▲UEP(우라늄농축프로그램)가 평화적 용도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시점에서 원자력 안전 차원에서 충분히 거론될 수 있다. 사찰을 받으려면 IAEA(국제원자력기구) 멤버로 복귀하고 검증을 받는 문제도 있어서 북한 핵 문제는 핵 비확산 문제와 원자력 안전 문제에 더해 핵 안보의 문제와 다 연결이 돼 있다.
--비핵화로 가기 위한 최소 절차 가운데 북한의 UEP가 유엔 안보리를 위반한 것이라는 인정, 그리고 이에 대한 조치가 포함되나.
▲IAEA 복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찰을 수용한다면 긍정적인 신호이다.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UEP 문제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재규정하는 것은 가장 정확하고 빠른 방법이다. 만약 그전에 북한이 스스로 UEP 문제에 대해 위반임을 인정하고 UEP를 중단.폐기하는 것을 전제로 6자 회담에 나온다고 하면 중간에 유엔 안보리 관련 절차가 생략되도 된다. 북한이 어떤 언급을 통해 현재 작동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규정해 주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결국 6자 회담에서 북한이 언제까지 UEP를 포함한 전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하고, 이에 대해 나머지 5개국은 안보와 경제 관점에서 북한과 어떤 협력사업을 함께 진행시키겠다는 플랜이 나오면 된다.
--북 비핵화와 천안함.연평도 사과 문제는 별도 트랙으로 가는 건가.
▲비핵화에 대해 6자 회담에서 합의할 정도면 충분히 도발에 대해서도 사과할 자세가 된 정권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전에 우리가 사과를 분명하게 요구하게 될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실무적인 대화는 시작할 수 있어도 핵 프로그램 중단에 대해 합의할 정도라면 충분히 도발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남북 간에 신뢰를 갖고 경협이 될 것이다.
--북한과 이런 내용을 놓고 사전 접촉이 있었나.
▲북한과는 아직 얘기하지 않았고, 미국 백악관과는 가볍게 북한 초청 문제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다.
--전 정권의 9.19 공동성명 합의와 다른 점은.
▲9.19 성명에서는 각 이슈에 대한 제목만 나열해 놨는데 그것보다는 더 구체성을 띤 행동 대 행동의 계획이 나오는 것이 되겠다. 특히 9.19 성명에는 시점이 없었는데 이제는 시점이 필요하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