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환율전쟁 끝났나

2011-05-11 10:05
  • 글자크기 설정
2010년 10월. 생사를 건 치열한 전투는 정점을 향해 내닫고 있었다. 둘 중 하나는 무릎을 꿇어야 끝장을 볼 듯 했다.

글로벌 빅2, 즉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은 '생존'을 위한 사투였다. 미국은 법안을 만들어 중국산 제품에 대해 무차별적 관세를 매길 태세였고, 중국은 미국채를 내다 팔았다. 

중국 위안화의 절상, 달러화의 '무차별 살포'를 놓고 벌어진 양국의 '치킨게임'은 이웃나라로 번지면서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거의 모든 나라가 자기나라 돈값을 낮추려고 ‘난리’가 났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다. 불과 6개월, 그 사이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그렇게 요란을 떨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바뀐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거꾸로'가 됐다.
 
이제는 '평가절상 용인'이 화두다. 너도나도 자기나라 돈값을 올리려는 판이다. 화제의 중심에 섰던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허용하다 못해 의도적으로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중국은 물론이고 브라질, 싱가포르 등도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이 문제의 열쇠는 인플레이션에 있다. 글로벌 경제, 특히 신흥시장국에서 물가가 치솟고 있다. 금리인상만으로 인플레 압력을 저지하기가 버거워질 정도가 됐다. 통화가치를 끌어올려 수입물가를 낮춰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상승세를 보이던 신흥국의 물가 상승세가 연초반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요 선진국이 아직 잠잠한 것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중국은 최근 국제원유와 곡물 등의 수입가격이 크게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연초부터 ‘물가안정’을 올해 최우선 경제정책 과제로 삼아 기준금리 인상, 직접적인 생필품 가격통제, 부동산대출 축소 등의 대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물가의 고삐는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2.9%에서 뛰기 시작한 소비자물가는 이후 줄곧 상승세를 탔고 올 3월에는 5.4%나 치솟았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중국은 결국 위안화 절상카드를 꺼내 들었다. 윈자바오 총리는 최근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위안화의 유연성을 더 키울 것을 지시했다. 마침내 위안화 절상이 물가 잡는 수단으로 등장한 것. 이에 따라 지난달 이후 위안화 절상에 속도가 붙었다. 4월 내내 환율은 연거푸 사상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4월말 현재 위안화 환율은 1달러당 6.50위안 안팎. 전문가들은 달러/위안 환율이 연말 6.2~6.3 위안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위안화 절상폭은 지난해의 2배인 6% 전후에 이르게 된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는 것은 수출경쟁력 약화를 의식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물가불안이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무렵 MENA(북아프리카 및 중동)지역의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해소돼 원유가가 안정을 찾고, 글로벌 성장세 둔화로 원자재가격이 내림세를 타면 환율전쟁은 언제라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재발하고, 미국이 지속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하강 등이 겹친다면 각국이 국익을 챙기기 위해 환율 문제를 놓고 다시 격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 2월 개최된 G20회의 의장국인 프랑스가 국제통화제도를 달러 기축통화 체제가 아닌, 다극화 체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한다.
 
지금은 일종의 휴전상태인 셈이다. 언제고 불거질 수 있는 환율전쟁 2라운드를 앞두고 우리도 대비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급속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환율의 변동성을 단속해야 한다.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 수출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기업의 자금흐름과 관련된 불확실성도 커져 기업활동도 제약된다.
 
우리의 자본유출입규제관련 대책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선물환 포지션 규제와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를 통한 자본유출입 규제장치는 마련됐다. 또한 최근 은행의 비예금 외화부채에 매기는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가 결정됐다. 올 하반기부터 실시되는 이 제도는 외채억제를 위한 효과적인 제도로 판단된다. 다만 이런 대책의 탄력적인 운용은 요구된다.
 
[산은경제연구소 박용하 경제조사팀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