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해외변수> 중앙銀 '마이웨이'…세계 금융시장 '불안'

2011-05-0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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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선진권서 첫 금리인상…부양대열 이탈<br/>美 연준, 물가·고용 '두 토끼' 양적완화 유지<br/>신흥국, 긴축고삐…투기자본 먹잇감 우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탈동조화 움직임이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국 기준금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이들은 기준금리를 일제히 낮추고, 막대한 양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다.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하고 침체된 경기를 되살려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굳건한 정책 공조는 불확실성을 헤쳐 가는 데 일종의 나침반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앙은행들이 자국 혹은 역내의 경제여건에 따라 제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문제는 대규모 부양으로 풀린 유동성의 상당 부분이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었다는 점이다. 영국 금융·경제컨설팅업체 패덤컨설팅의 에릭 브릭튼 이사는 최근 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기업이나 금융권의 재무건전성 등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투자 심리 회복의 결과라기보다는 부양자금이 유입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조 체제가 흔들리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CB, 긴축 신호탄…중앙銀 정책공조 '흔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먼저 부양기조에서 이탈한 것은 ECB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역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한 ECB는 지난달 23개월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였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를 비롯한 ECB 위원들이 여러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던 만큼 시장이 받은 충격은 미미했다. 하지만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는 투자자들이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Volatility Index)의 급등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들은 최근 16선에 머물고 있는 지수가 올 하반기께 최대 24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베팅에 나섰다. 중앙은행들의 탈동조화가 본격화하면 시장의 변동성도 그만큼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미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와 달러화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7일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지난 3일까지 유로·달러 환율은 3.5% 올랐다.

시장에서는 약달러, 강달러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와 씨름하고 있는 ECB는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반면 최근 양적완화 중단 방침을 시사한 연준은 아직 부양기조를 거둬들일 만한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8%로 이미 ECB의 정책목표치인 2.0%를 넘어섰고, 트리셰 총재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인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ECB가 5일 열리는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의지를 확인한 뒤, 이르면 다음달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을 비롯한 유럽 투자은행들은 ECB가 내년 말까지 현행 1.25%인 기준금리를 2.50%까지 올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ECB의 긴축행보는 또 다른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 그리스가 불을 댕긴 유로존 재정위기의 향방이다. 그리스 사태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로 확산된 데 이어 유로존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까지 무너뜨릴 기세다. 최근에는 그리스의 채무 조정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재정위기국들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ECB가 긴축 강도를 높여 강유로 기조가 굳어지면, 이들 국가의 자본 조달 비용이 치솟아 재정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유로·달러 환율 추이(달러/출처:CNBC)

◇美 연준, 부양기조 고수…인플레 리스크↑
미 연준은 두 개의 전선을 두고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 압력을 낮추려면 긴축에 나서야 하지만, 실업률을 정상화하려면 경기부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물가와 고용을 동시에 안정시킨다는 연준의 목표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단 연준은 고용에 무게를 뒀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지난달 27일 가진 역사적인 회견에서 오는 6월 2차 양적완화 프로그램(QE2)을 종료하더라도, 대규모 통화부양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만기 국채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MBS) 등을 재투자해 연준의 자산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준은 올해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를 1~1.3%에서 1.3~1.6%로 상향조정하고, 실업률 전망치는 8.8∼9.0%에서 8.4∼8.7%로 낮춰잡았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연준이 사실상 3차 양적완화 방침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의 발언 직후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3년, 10년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달러화 가치가 16개월래 최저치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중앙은행은 긴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상품시장이 과열되는 등 인플레 압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이후 기준금리는 4차례, 지급준비율은 6차례 인상한 중국인민은행은 긴축기조를 더 강화할 기세다. 인도 중앙은행(RBI)도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높였다. 올 들어 세 번째, 지난해 3월 이후 아홉 번째 금리인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두고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연준의 뒤치다꺼리를 해주고 있다고 표현했다. 연준이 달러화를 마구 찍어 내면서 촉발된 인플레 공포를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누그러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FT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자국의 과열된 경기와 과도한 신용을 억제하는 데 성공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실패하는 경우 신흥국이 고금리를 찾아 몰려든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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