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은 원화절상의 요인을 김치본드 등 단기외채에 두고 시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달러약세 불개입 발언 이후 환율 하락 대세를 뚫기는 힘들어 보인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빈 라덴의 사망소식으로 전날보다 6.5원 하락해 32개월만에 최저치인 1065원에 마감했다. 이어 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8원 오른 1068.8원으로 마감됐지만 환율하락이 대세라는 전망에는 변함이 없는 추세다.
또한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주가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4월 수출경기도 58억달러라는 대규모 흑자를 유지하면서 원화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간 금리차가 당분간 확대될 것이란 전망과 미국 제조업 성장세의 상대적 둔화 등에 영향받아 달러가치 하락세가 계속된 가운데 2일(현지시간)에는 지난 1994년 이후 최장기 하락 기록을 세웠다.
블룸버그는 유로와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지수가 이날 오후 뉴욕에서 전날보다 0.1% 떨어진 72.875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시장 개장일 기준 10일 연속 하락해 지난 1994년 5월 3일까지 이어진 11일 이후 최장기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블룸버그는 지난 2008년 12월부터 유지되고 있는 0-0.25%의 연방기금 금리가 내년 1분기까지는 인상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출구 전략’에 진입한 상황에서 양측의 금리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약(弱)달러 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약 달러 축세 속에서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를 뒤집을 요인이 없어 이 같은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금융 조재성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정부당국이 환율절상을 막기 위해 무리한 시장개입을 한 까닭에 현재 환율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왜곡된 환율시장 구조가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 때문에 그는 정부가 투기성 자본을 상정하고 무리한 개입을 하는 것보다는 환율시장의 정상화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NDF 거래에 대해 상당 부분 환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로 판단하고 정부가 개입 의지를 시사했음에도 환율하락을 방어하기에는 무리수라는 게 중론이다. 환율 하락속도를 완만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환율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한 외환전문가는 “시장환경을 고려해 환율 상승으로 돌아설 즈음에 당국이 개입을 해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환율하락이 대세”라며 당국의 적극개입은 무의미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