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시장 국밥 1000원 인상…"재료값 뛰는데 별수 있나요"

2011-05-0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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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남대문시장 ‘먹자골목’ 가보니

 
(아주경제 심재진 기자) “우리 집 정말 맛있어요. 한 그릇 먹고 가세요.”

남대문 시장 여기저기서 호객행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음식을 만들다가 행여 지나가는 손님이라도 보이면 주인 아주머니는 얼른 뛰어나와 팔을 덥석 잡았다. 한 명이라도 더 앉히기 위해 이웃가게와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이 한끼 식사 해결을 위해 찾는 재래시장 식당가. 요즘 이 곳은 음식가격 급등으로 더이상 서민들의 ‘저렴한’ 단골식당이 되지 못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2일 오후 12시 남대문시장의 갈치식당, 순대국밥집, 돼지국밥집, 칼국수집 주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가게 앞에 나와 손님을 잡고 있었다.

식자재값 급등으로 음식가격이 치솟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고객확보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진풍경이다.

갈치골목 가게들은 지난해 6000원에서 올해는 7000원으로 갈치조림 값을 올렸다. 주재료인 갈치 뿐 아니라 마늘과 밀가루, 설탕 등 부재료의 가격이 올해 들어 30~40%까지 오른 탓이다.

생선ㆍ채소ㆍ과일 등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7% 상승했다는 정부의 발표보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더 높았다. 생활물가지수가 작년보다 4.1% 높아졌다는 정부 발표는 ‘조사가 맞나?’라는 의구심도 들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민들이 체감하는 식탁 물가는 더욱 높아졌다. 남대문시장에서 34년째 갈치조림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언자(64) 사장은 “인건비도 안 나오는 가게들이 많아 골목 전체가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아 단골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우리가 나가서 손님을 잡아야 할 판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20년째 삼계탕집을 운영하고 있는 장희복(62) 사장은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소연 했다. 원자재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치솟았지만 소비자 가격은 5년째 그대로다.

장 사장은 “생닭은 물론 마늘, 황기 심지어 소금까지 두 배로 펄쩍 뛰었지만 가격을 올릴 수 없다”며 “가뜩이나 손님이 없는데 가격까지 올리면 누가 오겠나?”라고 반문했다.

2일 오후 12시 점심시간이 되자 남대문시장 칼국수 골목은 호객 하려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2주 전 가격을 500원씩 올렸지만 여전히 다른 음식에 비해서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점심시간에 칼국수 골목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칼국수와 수제비를 판매하는 가게들도 점심시간이 되면 손님잡기에 여념이 없다. 칼국수 가게들은 지난달 수제비, 잔치국수, 쫄면, 냉면 등의 가격을 모두 500원씩 가격을 올렸다.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식재료 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탓에 칼국수 골목에 들어서는 손님을 끌어오기에 바쁘다는 것이 이 곳 상인들의 전언이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도 오른 밥값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남대문시장의 먹자골목은 시내보다 2000원 가량 저렴하고 양이 많아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늘 먹어오던 밥이 1000원씩 오르는 것은 하루 3~5만원 벌이를 하는 사람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3년째 남대문시장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직장인 이윤희(가명)씨는 최근 2년 동안 음식 값이 많이 올랐다는 것을 직접 느낀다고 말했다.

이씨는 “국밥도 1000원이나 올라 그나마 저렴한 칼국수나 만두같은 밀가루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한다”며 “워낙 물가가 높아 가격을 올린 것은 이해되지만 500원이라도 오르면 소비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장을 보러 온 주부 김오자(49)씨 역시 “시장에서도 호객행위가 심해지는걸 보고 모두 다 어렵구나 생각했다”며 “시장에 와도 딱히 저렴하게 간다는 생각이 안 들어 물가가 높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제 서민의 공간인 재래시장도 더이상 그들만의 삶의 터전이 되지 않고 있다.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재래시장 마저 치솟는 물가로 인해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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