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백수원 기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아름다운 옷을 입고 무대를 누비는 모델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화려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모델이 힘겨운 현실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얼마전 사망한 슈퍼모델 출신 김유리가 그 한 예다.
미스테리 사망 의혹...저체중? 1㎜의 살? ▲모델 故 김유리
[사진 故 김유리 미니홈피]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슈퍼모델 출신 김유리(22). 그의 사망과 관련해 서울 강남 경찰서는 “20일 1차 부검 결과 김씨의 시신에 외상이 없었고, 내부 장기 손상도 없었으며 약물 중독 증상도 찾을 수 없었다”며 “현재로선 타살은 아닌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사인을 알려면 20일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당초 거식증이라는 판단과는 달리 지인들은 생전 김유리가 음식을 가리거나 거식증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한 의료관계자는 “체중과 키를 생각하면 심각한 저체중 상태이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거식증 장애뿐만 아니라 심장 및 뇌에까지 위험하다”고 전했다.
사망 전 김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너희들이 밥 한 공기를 먹을 때 우린 밥 반 공기 먹으면서 저녁 6시 이후엔 물도 입에 대지 않는다. 겉으론 미소 짓지만 1㎜의 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김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모델들이 옷 ‘태’를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본인의 정상 몸무게 보다 훨씬 밑돌게 처절한 다이어트를 한다. 이럴 경우 거식증을 일으키거나 심리적 스트레스, 우울증까지 앓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김씨는 저체중 문제뿐만 아니라 우울증 증세도 있었다. “대한민국은 무대가 좁아서 톱이 되지 않는 이상 매스컴에 이름 불리기 쉽지 않다”며 심리적 중압감을 호소했다. 또한,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부모님을 잃어서 심리적 고독감도 컸을 것이라 추측이 된다. 경제적 어려움도 간과할 수 없다. 김씨 같은 인지도의 모델일 경우, 무대에 서면 한 번에 50~100만원 선을 받는다고 전해졌다. 그마저도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최근엔 무대에 거의 서지 못했다 한다. 국세청이 공개한 연예 종사자들의 연평균 수입(2009년 기준)에 따르면 탤런트나 배우는 1년 3300만원, 가수는 2500만원이지만, 모델은 1000만원에 불과하다. 모델들에게 경제적인 문제 또한 삼중고이다.
어쨌든 20여일이 지난 후 김유리의 정확한 사인이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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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故 김유리 [사진 故 김유리 미니홈피] |
2년 전 자살한 김다울은 국내에서 승승장구를 달리던 톱모델이었다. 국내에서 파리로 활동 영역을 옮기면서 유명 브랜드 무대에서 많이 서며 바쁘게 활동했다. 그의 파리 런웨이 모습이 국내 케이블 채널의 한 방송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2009년 11월 19일 돌연 프랑스 파리에서 사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씨가 자살한 사실은 모든 사람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김다울은 인기 하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목숨을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다울의 소속사 측은 "김다울이 세계 정상급 모델이 된 뒤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 (자살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현역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모델들은 좀 더 좋은 쇼 무대에 많이 서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하루 몇 시간 이상을 하이힐을 신고 ‘워킹’ 연습에 매달린다. 발에 물집이 잡히고 발톱이 빠지더라도 이를 악물고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또한 ‘옷 잘 살리는 ’모델이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본인의 체중보다 더 마른 몸매 유지를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 그들에게 다이어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편 유명한 모델들은 김다울 경우처럼 “내가 지금 이렇게 유명한대 한 순간에 인기가 추락하면 어떡하나”, “나중에 아무도 날 안 찾아주면 어떡하지” 등 늘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린다. 실제 국내 모델들은 20대 후반부터 현역 모델에서 물러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