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태근 의원 사진=홍정수 기자 |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한 정당 내에서도 변화나 정책 방향이 같은 사람끼리 그룹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의 방향이 아니라 보수를 중심으로 모이는 ‘계보’죠. 그런 차원에서 현재의 친이(친 이명박)·친박(친박근혜)과 같은 모임이 계속돼선 안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심 시절의 정무부시장, 2007년 대선 당시 캠프 수행실장 등을 맡은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현 정부의 ‘핵심 개국공신’이었다.
그런 그가 최근 현안마다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각을 세우는 등 소신행보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벚꽃이 여의도를 덮기 시작한 14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정 의원은 당내 ‘소장파’로서 정부·여당 내 문제점에 대해 거침없는 '자기 목소리'를 냈다.
“친이계 모임은 작년 7월을 끝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당내 대표적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 소속이었던 그는 “이제 친이계에서 완전히 이탈했다고 봐도 되냐”는 질문에 단호한 어조로 이 같이 답했다. 그는 현재 당내 소장파 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이기도 하다.
“‘민본21’ 같은 소장파가 당의 개혁을 논의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 모임이 당내에 몇 개 있지만 문제는 정책에 대한 입장은 다르면서도 '보스'를 따라가는 계파 정치죠.”
정 의원은 '계파 정치 청산'을 위해선 공천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당 공천개혁특위에서 논의 중인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제)’ 실시나 한나라당 단독의 제한적 경선제 실시안보다 더 나아가 여당 단독으로라도 ‘전면적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내 현안 뿐만 아니라 청와대를 향해서도 날카로운 지적을 이어갔다.
“현 정부의 레임덕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문제는 대통령이 아닌 주변 핵심 참모나 장관들이 소신껏 보고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예컨대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거의 거짓말하다시피 질질 끌어왔기 때문에 문제가 커졌고, 또 오는 2016년이면 고리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가 꽉 차는데 정부 관료 중 이를 제대로 보고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는 신공항 백지화와 과학벨트 입지선정, 한국주택토지공사(LH) 본사 이전 문제 등에 따른 지역 간 갈등에 대해서도 대통령보다는 참모들과 장관 등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원전의 위험성 논란과 물가급등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솔직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에게 다가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 지난 12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상대로 한 긴급 현안질의에서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 원전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건 사실이나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국민투표 제안은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대가로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원전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부담이 있고 고통이 따르더라도 현재의 원전을 폐기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국민투표에 필요한 재정적 문제나 여론 형성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2014년 지방선거와 함께 원전의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국회 차원에서 특위를 구성, 원전정책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정 의원은 또 물가관리 등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게 문제죠. 지금의 물가상승은 근본적으로 공급 측면, 즉 해외 유가나 원자재 등의 문제에서 비롯됐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국민에게도 '물가상승의 불가피성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솔직히 말해야 합니다. 유가도 마찬가집니다. 유류세를 먼저 내리는 게 어렵다면 관세부터 인하한 뒤에 유류세를 내려야 합니다.”
그는 뭣보다 현 정부가 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비판은 정부의 감세정책으로까지 이어졌다.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부유한 사람과 대기업에 대해 낮췄던 법인세와 소득세를 원 상태로 환원하면 3조원 가량의 세수가 더 생길 겁니다. 이걸 교육과 서민복지에 쓰면 국민 입장에선 '어려울 때 자신들을 위한 정책이 더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정 의원은 이 같은 자신의 주장을 반대하는 당내 세력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 정부가 소신을 갖고 (감세정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에서 먼저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결국 감세정책은 철회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선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