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극 '교수와 여제자 2' 공연 장면 |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여배우가 30분간을 성기가 노출된 채로 연기한다. 남자배우는 팬티만 입고 있다. 둘은 호텔 안에서 서로를 애무하고 유사성행위를 한다.
관객들은 숨죽이며 이들을 지켜본다. 가끔씩 3D 안경을 쓰고 포르노 영상을 보기도 한다. 적나라한 장면은 스크린을 통해 보여지지만 배우들은 거침없이 성행위를 묘사한다.
‘교수와 여제자2’는 성기능 장애로 부부생할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중년의 남성교수가 꿈속에서 여제자와 유사성행위를 통해 치료를 받고 성기능을 회복한다는 줄거리다.
여제자는 '꿈속인 무대' 호텔방에서 교수를 격려하고 함께 침대 위에서 뒹군다. 침대 위 장면만으로 연극의 대부분이 지나간다.
연출가 강철웅씨는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현대사회 속에서도 올바른 생활을 한다면 누구나 즐겁게 성을 향유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올렸다”며 "성 이야기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가벼운 터치로 다루면서 웃을땐 웃고 진지할 땐 진지하도록 했더니 반응이 좋더라"라고 밝혔다.
강씨는 ‘교수와 여제자2’가 그만의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무조건 벗기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작품 속에 분명한 메시지가 있고 20대서부터 60대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이 연극은 1편, 2편을 합해서 총 5만명 이상의 관객이 다녀갔다. 밀려드는 관객에 힘입어 평일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1회 늘려 3회나 공연하고 있다. 다른 공연보다 3배정도나 비싼데도 불구하고 극장의 대부분이 꽉 찬다.
![](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1/04/15/20110415000005_0.jpg)
부인과 함께 왔다는 남성 김모(53)씨는 “부부 문제를 솔직하고 거침없이 다룬건 있지만 여배우의 성기를 계속 보여준건 과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아무런 제약없이 공연되고 있다는 것에 신기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회사원 이모(41)씨는 “이 작품이 영화로 제작됐다면 제한등급을 받았을텐데 연극이라 제약이 없어선지 버젓이 공연되고 있다는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김모(43)씨는 “불과 10년 전만해도 조금만 벗으면 화제가 됐는데 이젠 수위가 점점 세지는 것 같다”며 “지금도 이런 연극이 통한다는게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벗는 연극은 대학로에서 끊임없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전 막내린 연극 ‘개인교수’나 ‘여선생은 수업중’도 수위높은 노출로 화제가 됐었다. 지난 구정 연휴동안 대학로 연극 예매율 상위권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공연계 관계자는 “감동을 주는 좋은 연극을 만들어 이런 상업 연극과 경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순수 인문학적 연극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예술인지 외설인지, 과연 옳은 현상인지 아닌지는 아직까지 그 잣대가 불분명하다. 선은 명확하게 그어있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오늘도 알몸 연극의 공연장은 끊임없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엔 공연이 끝나고선 쭈뼜거리며 주위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