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설정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사고의 등급을 평가하는 건 해당 국가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평가를 7등급으로 올렸다는 것은 이번 사태를 이제서야 비로소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물론 평가 등급 격상이 반드시 사태 악화와 시간상으로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사고 직후인 지난달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 한정해 "외부에 대한 커다란 위험이 없다"며 4등급으로 평가했다가 같은 달 18일 1~3호기를 5등급으로 재평가했고, 이어 한 달만인 12일에는 마침내 후쿠시마 제1원전 전체를 7등급으로 격상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스스로 인정하듯 방사성 물질이 가장 많이 방출된 것은 사고 발생 직후였고, 지금은 방출량이 시간당 1만TBq(테라베크렐=1조베크렐)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번 등급 격상은 사태 자체가 악화했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일본 정부가 초기에 사고를 축소 평가했다는 점을 반증하는 셈이다.
이는 원전 등급 평가가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주민 피난 범위나 사후 보상 등 제반 대책과 폭넓게 관련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일본 정부의 사태 평가는 정부의 책임 문제로 직결된다는 의미다. 달리 보면 일본 정부의 초기 사태 인식이 그만큼 냉정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가장 놀라운 점은 방사성 물질이 이만큼 대량으로 방출됐다고 공식 인정하기까지 1개월이나 걸렸다는 점"이라는 미국 원자력전문가의 지적을 실었다.
일본 전문가 중 요시오카 히토시(吉岡齊) 규슈대 교수는 "등급 격상은 너무 늦어 시기를 놓쳤다"며 "사태를 과소평가 한 탓에 대응이 지연됐을 개연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