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와 홍콩 문회보 공동 주최로 31일 서울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1 아시아 태평양 금융포럼'에서 채정태 S&P 한국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유승관기자 seungkwan@ |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채정태 스탠다드앤푸어스(S&P) 한국 대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건전한 채권시장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 대표는 31일 아주경제가 주최한 ‘2011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에 연사로 나서 “아태 각국이 채권시장을 발전시켜 시장의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도 잘 발달된 채권시장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발전을 거듭했다”고 덧붙였다.
채 대표는 “바젤III 도입으로 은행 여신을 통한 자금 차입 비중은 축소될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거나, 더 높은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경우 사회간접시설(SOC) 수요가 막대해 은행 외의 자금 조달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아태 지역 채권시장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해외자본의 유출입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글로벌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채권시장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 대표는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고령화와 인플레이션 우려 또한 채권시장 발전의 유인으로 작용하고 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태 지역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 투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채권은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물가 상승에 따른 생계비 증가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채 대표는 채권시장 발전을 위해 건강한 신용문화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의 투명성 제고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신용분석 △리스크에 기반한 가격책정 △공정하고 투명한 법률시스템 △시장 주체 간의 공평성과 독립성 확보 등을 신용문화의 기반으로 제시했다.
채 대표는 “건강한 신용문화는 채권시장과 함께 발전하는 것”이라며 “리스크 측정 및 가격 책정이 애매한 이해관계나 친분에 의해서가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아태 지역 국가들이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채 대표는 “건강한 신용문화는 투자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상향식 방식(Bottom-up approach)을 통해 구축되지만 아태 지역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위에서부터 관리하는 하향식 방식(Top-down approach)을 따르고 있다”며 “투자자 중심의 환경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가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하고 특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특혜적 대우가 사라져야 한다”며 “이를 위한 감독당국과 정책 입안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 대표는 “일본과 한국, 싱가포르, 홍콩 등은 자본시장 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신용문화도 발전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등의 신흥시장은 이제 발전을 모색하는 단계”라며 “아태 지역 국가들이 채권시장을 통해 한정된 자금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면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