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약사, 다국적사와 손잡기 ‘열풍’

2011-03-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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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휴 맺고 의약품 홍보·판매…과다경쟁 사례도
- “국내사 도매상으로 전락”…법정싸움도 발생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국내 대형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와 의약품 판매 제휴를 맺는 일이 증가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판매 제휴는 다국적사 의약품의 동네의원 홍보 및 판매를 국내사가 맡고 다국적사는 종합병원을 담당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다국적사를 잡기 위한 국내사 간 경쟁이 뜨거워지며 제품을 뺏고 빼앗기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은 지난해 한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아보다트(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아반디아(당뇨약) △헵세라·제픽스(만성B형간염 치료제) △박사르(고혈압 치료제) △아바미스 나잘 스프레이(비염 치료제) 등 6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아바미스는 지난해 연말까지 한미약품에서 판매하던 제품이다. GSK는 한미약품과 제휴를 철회하고 판매사를 동아제약으로 옮겼다.

업계는 동아제약이 GSK와 제휴를 통해 연간 70억~1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제약에 제품을 뺐긴 한미약품은 곧바로 박스터와 영양수액제 올리클리노멜·클리노레익·세느비트에 대한 판매 제휴를 맺고 올 초부터 영업에 들어갔다. 박스터 영양수액제는 200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중소제약사인 한올바이오파마가 대신 판매해온 제품이다.

동화약품은 올해 초 한국노바티스의 일반의약품 사업부 전제품에 대한 국내 영업과 유통 공동판촉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동화약품은 기존 제휴 제품인 △테라플루(감기약) △니코틴엘(금연보조제)과 함께 △라미실(항진균제) △볼타렌(소염진통제) △오트리빈(비염치료제)의 국내 판매도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라미실은 이전까지 태평양제약이 판매를 담당했던 제품이다.

일반약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왔던 동화약품은 노바티스 제품을 통해 일반약에서 확실한 강자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다국적사의 국내 협력사 교체가 늘면서 법정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박스터에 영양수액제 판권을 회수 당한 한올바이오파마는 “판권 회수로 전체 매출의 약 20%(200억원)가 날아갔다”며 박스터를 상대로 계약 해지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법원이 박스터의 손을 들어주면서 마무리됐다.

다국적사가 국내사를 활용해 제품 인지도를 높인 후 직접 판매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JW중외제약은 2008년 한국머크와 체결했던 콩코르(고혈압 치료제) 공동판매 계약을 지난해 끝냈다. 한국머크가 콩코르의 동네의원 영업에 직접 뛰어들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14년 동안 판매해온 보톡스(근육신경치료제)의 판권을 2008년 원개발사인 엘러간에 넘겼다.

대형 국내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유수의 제약사들이 다국적사의 일개 도매상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신약을 적극 개발해 이런 상황을 극복해야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판매 제휴에서 다국적사가 ‘갑’이 되고 국내사가 ‘을’이 되는 아쉬움은 있지만 병원에 접근하는데 다국적사의 전문약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국내사와 다국적사 제휴에 대한 비난이 있지만 아직은 국내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당분간 의약품 판매 제휴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달만해도 한독약품이 프레지니우스 카비 코리아와 항암제 4개 품목에 대해, 대웅제약이 한국얀센과 울트라셋 이알정(진통제)에 대한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제약은 GSK와 제휴 품목을 늘려나갈 계획이며 녹십자 역시 더 많은 다국적사와 제휴를 맺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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